"전기·통신·수도 다 끊겨 생존 위협"

2022-08-11 10:38:56 게재

산사태로 고립된 남한산성마을 가보니

LPG가스 누출, 아이들 대피시키기도

이틀 만에 도로 뚫고 복구작업 시작

"전기·통신·수도 다 끊기고 LPG 가스까지 새는 상황에서 이틀 동안 옴짝달싹 못했어요. 아이들만 이웃들에게 부탁해 대피시켰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10일 오후 5시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의 한 빌라 1층. 임 모(39)씨 부부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뒤편 아이들이 사용하는 작은방과 주방은 바닥에 물기가 가득했다. 창문은 산사태에 밀려 내려온 토사와 뒷집 차량 때문에 꽉 막혀 있다.

임씨는 "8일 밤 12시쯤 잠을 자다가 뒤편에서 쾅소리가 나 아이들 방으로 달려갔는데 몇초 후 우르르, 쾅 소리가 난 뒤 방 창가로 차량과 토사가 덮쳤다"며 "잠시 후 물이 집안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정전이 됐고 가스 새는 냄새도 나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씨 부부는 다음달 아침 걸어서 마을을 탈출하겠다고 나선 이웃에게 아이들을 맡겼다. 임씨는 "LPG 가스가 계속 새어 나오고 있어 폭발이 우려돼 아이들은 먼저 대피시키고 아내와 나는 집에 남았다"며 "비가 오면 계속 물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라 물을 퍼내느라 이틀 동안 밤을 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0시쯤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에서 산사태가 발생, 한 빌라에 주차된 차량과 토사가 함께 밀려내려와 앞 빌라를 덮쳤다.(위 사진) 또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한 주택의 지붕을 덮쳤고 뿌리채 뽑힌 나무들이 입구를 막고 있다.(왼쪽 사진) 곽태영 기자

광주 남한산성면엔 8일부터 이틀간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임씨 집을 비롯한 이 일대 빌라와 주택, 팬션 등이 이번 산사태로 아수라장이 됐다. 폭우에 산사태가 일어나며 마을 한복판은 펄로 뒤덮였고 골목길은 토사와 바위, 나무로 사라졌다. 전신주가 넘어지며 전기·통신까지 두절됐다. 먹고 씻을 물은 물론 변기물도 내릴 수 없었다. 게다가 검복리에서 남한산성 입구로 가는 동쪽 도로, 남한산성면으로 가는 서쪽 도로가 모두 나무와 토사로 막혀 주민들이 고립됐다.

지난 9일 비가 잦아들면서 일부 주민들이 면사무소로 내려가 피해 상황을 전하고 구호품을 전달받았다. 남한산성면 관계자는 "어제 오후 토사로 막힌 도로 앞까지 주민들이 내려와 물과 이불 등 구호물품을 처음 전달했고 오늘 오전에 길이 일부 뚫려 생수 등을 추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복리에는 모두 108가구, 232명이 살고 있다. 도시가스가 연결되지 않아 집집마다 LPG가스통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거나 피해가 없는 이웃집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 주민은 빌라 입구가 산사태로 막혀 뇌졸중을 앓고 있는 노모와 자택에 머물며 창문 밖으로 주민들이 전해주는 구호품을 전달받기도 했다. 10일 도로가 뚫리면서 복구작업이 시작됐지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때문에 카페나 음식점, 펜션 등을 운영하는 대부분 주민들은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씨 부부는 "면사무소 관계자가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고 다른 지역도 피해가 심각하다고 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광주시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 복구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한산성면사무소 관계자는 "진입 도로가 이제 뚫려 전신주 등을 복구하기 시작했다"며 "다른 지역 피해도 많아 총체적 난국이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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