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코인거래소, 국내 불법영업 '차익거래' 구멍

2022-08-19 11:32:43 게재

신용카드 결제로 코인 구매, 국내 거래소에서 팔면 차익 … FIU, 수사기관 통보하고 거래차단 조치

해외 가상자산(코인)거래소 16곳이 국내에서 미신고 불법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이 차단에 나섰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해외 코인거래소 보다 비싸다는 점에서 소위 '김치 프리미엄'을 통한 차익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불법영업을 한 해외 코인거래소 '멕시(MEXC)' 웹사이트 화면. 18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불법 거래소들을 수사기관에 통보했지만 19일 현재 사이트 접속이 가능하다.


현재 은행권에서 문제가 된 대규모 '이상 외환거래'도 해외에서 코인을 사서 국내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해외 코인거래소의 국내 영업은 외화송금을 하지 않더라도 카드결제를 통해 해외의 코인을 매수해 국내에서 매도할 수 있는 것으로 사실상 동일하게 차익을 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동안 어느 정도 규모로 매수·매도가 이뤄졌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미신고 영업을 하는 멕시(MEXC), 쿠코인(KuCoin)등 16개 외국 가상자산사업자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18일 밝혔다. FIU에서 확인한 결과 이들 거래소들은 주로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소재지를 두고 있지만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주소를 둔 곳도 있어서 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거래소들은 한국어 홈페이지를 만들어 내국인을 상대로 고객 유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영업을 벌였다. 원화 입출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로 코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거래소들처럼 시가에 거래하는 호가창 주문이 아니라 해당 사업자가 가상자산을 직접 판매하거나 제휴 사업자를 통한 구매 연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쿠코인의 경우 19일 오전 8시 기준 1비트코인 가격은 2만3356달러로 한화 3097만원이며, 같은 시간 국내 코인거래소인 업비트의 1비트코인은 3166만원으로 약 70만원 가량 국내 거래 가격이 높다. 최근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전에는 가격 차이가 더 컸다.

해외 거래소에서 매수한 코인을 국내 거래소 가상지갑으로 받은 후 매도해 출금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코인을 옮길 때 중개인인 거래소들은 코인 이전과 관련된 정보를 수취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트레블 룰(Travel Rule)'을 지켜야 한다. 즉 코인에 꼬리표를 붙여 이동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들은 이 같은 트레블 룰을 통한 코인의 이동 확인이 가능하지만 해외에서 들어오는 코인에 대해서는 아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코인거래소들이 이번에 적발된 해외 코인거래소들로 코인이 빠져나가는 것은 차단했지만 반대의 경우는 아직 막지 못하고 있다. FIU는 국내 코인거래소들에게 해당 거래를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코인거래소들이 이들 해외 거래소들과의 거래를 중단하면 코인 이전 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들 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매수한 경우 원화 출금이 차단될 수 있다. FIU는 "자신이 이용하는 코인거래소가 특금법에 따라 적법하게 신고 된 사업자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신고 코인거래소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자금세탁 경로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인터넷언론의 경우 이번에 적발된 해외 코인거래소의 영업을 보도하는 사례도 발생함에 따라 이용자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FIU는 해외 거래소들이 속한 국가의 금융당국에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이들 거래소 홈페이지의 국내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을 한 상태다. 특히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신용카드사가 외국 거래소의 신용카드를 이용한 코인 구매·결제 서비스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도록 점검·차단할 예정이다. 국내 카드사는 지난 2018년부터 신용카드를 이용한 코인 구매를 금지해왔다. 여신금융협회는 해외 거래소들이 사용한 가맹점 번호 등을 확인해 거래를 차단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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