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안돼 …' 광주시의회 깐깐해졌다

2022-08-29 10:59:58 게재

공감대 부족한 예산 삭감

초선 등 연구모임도 준비

개원 두 달을 맞은 광주광역시의회가 시민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예산을 잇달아 삭감하는 등 깐깐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소 이르지만 '거수기 논란'을 불러왔던 8대 시의회와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8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 25일 군공항교통국 소관 추가 경정예산안 심사에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수립 연구 용역비' 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 예산은 강기정 광주시장 핵심 공약인 수소 트램(노면전차)과 관련된 용역비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20년 발주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수립' 연구 용역에 수소 트램 설치 타당성 연구 용역비 1억원을 증액해 추경안에 반영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시민 공감대 부족 등을 들어 모두 삭감했다. 박수기 산건위 위원은 "용역이 한번 시작되면 사업이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지난 23일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주요 공약인 학생 스마트기기 보급을 위한 학교 정보화 여건 개선 예산 302억원을 준비 부족 등을 들어 모두 삭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2023년까지 학생 1인 1태블릿 PC를 보급하겠다며 예산을 편성했다. 그렇지만 시의회는 '기기에 대한 활용 및 관리방안 등 성과분석이 전무하다'며 전액 삭감했다.

광주시의회는 인사 교류와 관련해 소통이 부족한 집행부를 꼬집어 협력을 약속한 강기정 시장 친서를 받아냈다. 광주시의회는 전국에서 처음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 보호 및 지원하는 조례 제정에 나서 관심을 받았다. 조례안은 가해자 처벌에 국한하지 않고 '2차 피해 방지' 등 피해자 인권 증진에 초점을 맞췄다.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광주지역 스토킹 범죄신고는 2020년 41건에서 지난해 30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의정 활동에 필요한 연구모임 준비도 활발하다. 안평환 시의원은 광주시 핵심 미래 동력인 인공지능(AI) 연구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또 박수기 의원은 도시계획을, 박필순 의원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연구모임을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시의원들이 의욕적인 이유는 70% 정도가 초선 의원이어서다. 전체 23명 중 16명이 초선이다. 특히 변호사와 시민사회 활동가 출신 등이 대거 진출하면서 전문성 또한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전 시의회처럼 초반에 반짝이다가 집행부와 적당히 타협할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민주당 일색인 상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에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은 "9대 시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전문가 출신 젊은 시의원들이 대거 진출했기 때문에 이전 시의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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