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군)

"쌀 문제를 시장논리에 맡긴다고?"

2022-08-30 11:27:08 게재

헌법 '가격 안정, 농민 이익 보호' 규정 위반

농안법·양곡유통법 개정, '국가 책임' 강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군,사진)은 인터뷰 내내 쌀값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토로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인 서 의원은 정부의 인식전환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쌀을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논리가 아닌 안보, 생명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29일 서울역 농민 총궐기대회를 마친 이후라서 그런지 서 의원의 목소리는 상당히 격양돼 있었다.

그는 '물가안정'을 앞세우는 현 정부를 향해 "가격안정과 농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식량안보 문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절대 돈 주고도 쌀을 살 수 없는 시대가 금방 온다. 요소수 사태 때도 확인하지 않았냐"고 경고했다. 그러고는 농업법과 양곡유통법을 고쳐 국가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쌀값 하락은 예상할 수 있었는데 정부가 왜 대처하지 못했다고 보나.

정부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농림부 장관은 쌀 문제를 시장논리에 맡긴다고 했다. 쌀은 공산품이 아니다. 아침저녁으로 찍어낼 수 없다. 코로나19가 준 교훈 중에 가장 큰 게 자원 빈국의 어려움이다. 안보산업, 생명산업인 쌀 문제는 식량주권 문제다. 시장에 맡기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 왜 호미로 막아도 될 일을 가래로 막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농심이 상당히 안 좋은 것 같다. 논 갈아엎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논은 벌써 갈아엎었다. 농민이 농사 지은 나락을 갈아엎는 것이 자기 자식을 자기 손으로 죽이는 거와 뭐가 다르겠나. 쌀값이 비싸서 못 사 먹는 사람은 없다.

■단기적인 요구 사항에 '10만 톤 이상 추가 격리'가 들어가 있다.

4차 경매를 최소 10만 톤만 해줘도 어느 정도 시그널이 시장에 줄 수 있다. 햅쌀이 나오기 시작했다. 쌀값 추가하락은 뻔하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전남 강진에 가서는 다들 이구동성으로 쌀값 대책 얘기하던데 서울역 집회(농민 총궐기 대회)엔 한 명도 안 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텔레그램방에 (집회 참여 독려 메시지를) 올려놨는데도 누구 하나 꿈쩍도 안 하더라.

■쌀값 문제는 매년 되풀이된다.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생산비를 보장하고 양곡유통법에 초과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현재는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인데 이를 '시장에서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때도 농림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헌법도 안 지키는 나라다.

■헌법 위반이라는 건가.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농어촌 종합개발과 그 지원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해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헌법 123조 1항과 4항이다. 그런데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해법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헌법대로 하면 된다. 정부가 인식을 빨리 바꿔야 한다.

■식량 안보가 걱정이다.

식량안보 문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절대 돈 주고도 쌀을 살 수 없는 시대가 금방 온다. 요소수 사태 때도 확인하지 않았나. 대통령은 빵만 먹고 사나.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야당 의원 128명이 연대 서명해서 대통령 답하라고 했으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농민들이 무슨 죄인가.

■정부의 전략작물직불제는 대안이 될 수 있나.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쌀을 안보 산업이나 생명산업으로 보는 시각과 전혀 맞지 않는 방안이다. 생산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비축을 해야 한다. '생명'이면 저장해놔야 한다. 그게 안보산업인 거다. 농림부 장관의 인식이 현실과 많이 괴리돼 있는 것 같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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