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S(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강화론 한계, 에너지가격 정상화 필요"

2022-08-31 11:00:50 게재

한국환경연구원 환경포럼 … "발전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100% 로드맵 세워야"

에너지가격 정상화 없이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ETS) 규제 강화만으로는 효율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질적인 문제인 배출권 가격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장기 감축투자보다 저가매매 단기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TS란 온실가스 배출자가 배출량에 비례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발행하고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서 정부에 제출한다.

기업(할당업체)마다 감축 목표량이 있고 목표량만큼 감축하지 못하면 배출권을 사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을 문다. 반대로 목표량을 초과하면 그만큼 배출권을 내다 팔 수 있다.

◆전력시장 개편, 간접배출 규제 등 문제 극복 = 한국환경연구원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환경현안 진단과 방향' 환경포럼을 연다. △탄소중립 시대 국내 ETS의 정책방향 △실내공기질 관리 쟁점 및 개선방향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와 디스포저 활용, 접점은? 등 다양한 환경 정책들에 대한 전문가 토론이 이뤄진다.

이상엽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ETS는 전력시장 운영 및 구조개편 등 탄소중립 시대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감축 정책"이라며 "간접배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에너지가격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기 ETS 설계 당시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 전기료는 지나치게 저렴해 ETS를 도입한다 해도 전기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약했다"며 "때문에 해외와 달리 간접배출을 ETS에 넣었는데 이제는 에너지가격 정상화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직접배출과 간접배출로 나뉜다. 간접배출이란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급된 전기 또는 열을 사용하면서 나오는 온실가스 양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에너지·전력시장 자유화를 기반으로 시장거래 활성화가 이뤄지는 유럽연합(EU) ETS의 경우 간접배출을 규제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무상할당이 아닌 유상할당을 기본으로 활발한 시장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제 협력 포럼인 ICAP(International Carbon Action Partnership)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에 할당된 배출권을 정부가 경매방식을 통해 판매하는 유상할당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10%다. EU 57%, 영국 53%, 독일 100%, 뉴질랜드 56% 등에 비해 낮다.

◆기업들이 장기투자 가능토록 허용총량 사전 확정 = 이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제도를 예측해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상응하는 배출권 허용총량 사전 확정안(선형 감축률 적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배출 계수도 벤치마크할당(BM) 방식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 발전부문의 경우 전력시장 구조개편 청사진을 반영한 유상할당 100%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배출허용총량 결정 방식은 ETS 계획기간별 신규 할당업체들이 편입되면서 배출허용총량이 증가하는 구조다. 반면 EU는 매년 배출허용총량이 2.2% 감소하는 추세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ETS 의 본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배출허용총량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BM 계수가 정교화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EU-ETS의 경우 4기(2026~2030년)부터 BM 비중이 75% 이상이 된다. EU-ETS 상위 10%에 적용되는 최적가용기술(BAT) 기반 BM 계수가 적용될 방침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배출량 기준 1등부터 100등까지 기업이 있다고 할 때 BAT 기반 BM계수는 1등부터 10등까지 실적을 평균 내 BM계수를 만드는 방식이다. 그만큼 더 깐깐하게 배출권할당을 주게 된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과 교수는 "유상할당 비중이 10%라고 하지만 전체 할당 대상업체 중 비중을 따지면 3%대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며 "합리적인 제도 운용 측면에서 유상할당은 늘릴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BM계수 설계는 필수"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석탄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분리해서 BM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합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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