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한기정 공정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해충돌·비전문성·도덕성' 치열한 공방예고

2022-09-01 11:58:45 게재

경쟁법·공정위 유관 경험 거의 없어 "공정위원장 부적격자?"

보험연구원장·사외이사 경력 "보험·금융사 규제 제대로 할까"

위장전입 경력에 아들 해외유학 때 법 위반까지 … 도덕성도?

2일 예정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적격성 논란만으로도 (사퇴할 이유가) 충분하다"면서 집중공세를 예고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해명됐고, 법률전문가인만큼 적격성도 충분하다"고 반론을 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정찬 기자

한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논란은 크게 세 축이다. 공정거래 관련 경험이 거의 없다는 △비전문성 논란을 비롯해 △이해충돌 △도덕성 시비 등이다.

◆"왜 하필 비전문가를" = 1일 현재까지 한 후보자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판단은 '부적합'이다. 공정위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이해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현행 법 위반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도덕성 논란도 확산되는 형국이다.

경실련은 최근 논평에서 "공정위원장은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 재벌·경쟁·소비자정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충분해야 하고 이해충돌과 기업과 유착관계가 없어야 한다"며 "하지만 한 후보자는 전문성은 물론 이해충돌과 재벌기업과의 유착관계, 도덕성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어 공정위원장으로 적합한 인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 후보자는 보험 전문가다. 넓게 보더라도 금융과 사법분야가 주활동무대였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전문위원(2009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2016~2017년), 보험연구원장(2016~2019년),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장(2021년~) ,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2021년~) 등의 그의 주요 경력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조성욱 공정위원장 역시 금융관련 연구를 하다가 공정위원장으로 왔는데, 업무 이해에만 1년이 넘게 걸렸고, 내외부 업무조율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한 후보자 역시 이런 전철을 똑같이 밟을 것이란 게 직원들의 걱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공정위원장은 거의 매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공정거래법 관련 1심재판부 역할)에 참석해 최대 매달 수십건의 공정거래 위반 사건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면서 경제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사무처의 활동도 총괄지휘해야 한다. 보험전문가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보험·금융사와 유착됐다고 봐야" = 이해충돌 가능성은 더 큰 문제다. 우선 한 후보자는 2020년 11월부터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이 기간 메트라이프 생명보험 사외이사도 겸직했다. 금융위 훈령은 평가위원이 금융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후보자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어겼는지 등이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2011년 10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특히 외환은행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2012년 10월 당시 이사회에 참석해 하나고등학교에 257억원을 출연하는 안건에 동의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한 후보자가 보험사 회비로 운영돼 보험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보험연구원의 원장으로 3년간 재직하면서 11억6446만원을 급여로 받았고 퇴직금 외 퇴직 성과금으로 1억1873만원과 순금 20돈도 수령했다고 했다. 이어 퇴임 직후엔 서울대 교수로 복직한 후 강의를 맡지 않고도 월 평균 886만원의 급여를 챙긴 점도 지적했다. 강 의원은 "보험업계에서 고액연봉을 받다가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단속을 책임지는 공정위원장을 맡는다면 누가 봐도 이해충돌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공정위는 올 4월에도 LH공사가 발주한 종합보험에 8개 손해보험사의 담합행위를 적발, 과징금 17억 6400만원을 부과하고 담합을 주도한 KB손보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전직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의 주된 생존방식이 담합이고, 보험연구원은 교수들에게 거액의 연구비를 주고 담합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이익단체"라면서 "보험연구원장을 지내며 고액연봉을 받았던 한 후보자가 규제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현행법 위반 경력까지 = 도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우선 한 후보자가 초등학생이던 장남을 유학보내면서 관련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후보자의 장남은 11살 때인 2008년부터 7년간 영국에서 유학했다. 이 기간 한 후보자 부부가 장남의 유학에 동행하지 않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교 과정을 마치지 않았을 경우 단독유학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이 기간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고, 부인 역시 한 후보자와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청문회 준비단은 "장남은 후보자의 배우자가 유학을 가면서 동반 출국해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다"며 "장학금 등 현지 학교의 지원, 장남의 의사 등을 고려해 영국에서 학업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자는 당시 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자녀 보호 등 관점에서 실질적 피해는 없었던 사안"이라며 "다만 법 위반 부분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가 1990년 석사장교(특수전문요원) 제도를 이용해 군 복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논란이다. 석사장교는 석사 학위자 중 지속적으로 공부하길 원하는 사람을 위한 제도다. 석사 학위를 딴 후 삼성생명에 입사해 직장인 신분으로 복무를 마친 한 후보자가 제도를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한 후보자가 2012년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한 뒤 3개월 만에 흑석뉴타운 내 한 상가 건물로 주소지를 옮겼다가 보름 뒤 원래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위장전입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대해 준비단은 "당시 집주인이 은행 담보대출을 받겠다며 주소를 옮겨달라고 요구해 일시적으로 주소를 옮겼다"고 해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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