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역방향 봉사'에 나서는 울릉고등학교 정장호 교사

육지까지 건너가 진학지도하는 이유?

2022-09-14 11:39:11 게재

"정보 소외로 꿈 포기하는 학생 없어야"

울릉도는 '섬' 이다. 우리나라에서 아홉번째로 크지만 섬은 섬이다. 모든 것이 육지와는 다르다는 점도 내포한다. 보통 도움이나 지원의 방향이 육지에서 섬으로 향한다는 것도 담고 있다. 그 방향을 거스르는 사람이 있다.
1년에 두세번 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의 대학입시를 돕고 그들의 멘토가 되기 위해 섬에서 육지로 향하는 울릉고등학교 정장호 교사를 만났다.
정 교사는 (사)밥일꿈과 KB국민은행이 교육사다리 복원을 위해 시작한 KB DREAM WAVE 2030 진학컨설팅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다리교사단' 일원이다. 전국 60여명의 현직 진로진학교사가 참여하고 있는 사다리 교사단은 대입 고른기회전형의 대상이 되는 저소득층 가정 고등학생에게 '학교 밖 담임선생님이 되어주자' 는 취지로 상담과 후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 250여명의 학생이 이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 이의종


'KB진학컨설팅' 사업에 '사다리 교사단'으로 동참하고 있다.

진학 관련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경북진학지원단에서 활동하던 중 경북지역 대표 교사인 기대연 교사(구미 현일고)의 소개로 참여하게 됐다. 저소득층 가정의 고등학생 자녀를 위한 대입 고른기회전형은 모집 정원이나 규모가 작지 않은데 정작 필요한 학생에게 정확한 정보나 지원이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고,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동참하게 됐다.

10년 이상 고3 학생들을 지도했다. 주로 중소도시와 농어촌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지방 학생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잘 아는 편이다. 대도시와는 달리 중소도시, 특히 군 단위 거주 학생의 경우 대입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빈약하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사는 지역과 다니는 학교, 즉 '교육 환경'에 따라 자신의 가능성을 꽃피우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후견하고 있는 학생은 몇명인가. 상담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다섯 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울릉고로 옮기기 전에 재직한 경북 울진군에 있는 죽변고 학생 2명과 그 전에 배정된 고3 학생 2명, 그리고 현재 일하고 있는 울릉고 학생 1명이다. 사다리교사단 방침상 근무하는 학교 학생을 후견하는 건 불가하지만 아무도 섬에 오려고 하지 않더라.(웃음)

처음 상담 학생이 배정되면 전화나 카톡으로 인사를 나누고 방학이나 연휴를 이용해 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보통 대면 상담은 1년에 2~3회, 전화나 카톡을 통한 유선 상담은 매달 한 차례 정도다. 학생부 기록에 도움이 되는 부분과 대입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이 놓치거나 필요한 점이 상담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고3은 정해진 횟수에 관계없이 입시전략에 따라 좀 더 세게(?) 상담을 진행한다.

이번에 맡은 2학년 학생들은 1학기 기말고사 전에 시간을 내어 만나고 왔다. 방학이 되면 학생부 기록이 끝나는데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학생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더라. 미리 조언하고자 좀 서둘렀다.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울릉도에서 포항까지 가는 뱃길이 쉬운 여정은 아니다. 원동력이 뭔가.

사실 어떤 거창한 생각을 갖고 사업에 참여한 건 아니다. 단지 내가 근무했던 곳이 다른 지역보다 다양한 정보로부터 소외된 곳이어서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자 했을 뿐이다. 고맙게도 학생들이 내가 내민 손을 믿고 잡아줬다.

상담 과정에서 성적이 약간 처지는 학생이나 자신의 수준조차 몰랐던 학생이 여러 입시정보와 전략을 말해주면 눈빛이 변한다. 그러면서 "저도 가능한가요?"라고 되묻는다. 긍정적으로 대답해주면 얼굴이 밝아지며 웃는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한다. 종료 시간에 임박해 왜 이런 건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존재조차 몰랐다'고 답한다.

성적이라는 잣대로만 자신을 재단하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각보다 결여된 아이들이 많다. 그랬던 아이들이 훗날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그 한마디가 그렇게 좋더라.

이 사업에서 아쉬운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딱히 아쉬운 점은 없다. 다만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서 도움을 바라는 곳, 아직 이런 사업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곳을 찾아 그 지역 학생에게도 힘이 돼 줄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사업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현장에서 보면 장학금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일단 생활이 안정되어야 공부가 눈에 들어올 테니 당연한 일이다 싶더라. 적극성을 갖고 노력하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아이들이 이 사업을 통해 조금씩 늘어나고 계속해 확장된다면 함께 하는 일원으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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