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산림 바이오매스 감축' 결정

2022-09-20 11:16:13 게재

유럽의회 총회, 산림 바이오매스 보조금에서 제외하도록 지침 개정해

왜곡된 재생에너지 정책 바로잡기 ··· "한국도 산림 정책방향 바꿔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와 산림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국제적인 반발에 직면한 산림 바이오매스 발전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산림 바이오매스는 벌채를 통해 나온 나무 가운데 원목 생산에 이용되지 않는 부산물 등을 일컫는다. 한국의 경우 산림 바이오매스 활용을 이유로 정부의 지원 속에 지속가능성 기준 없이 모두베기 등 파괴적인 벌채가 이루어져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모두베기 벌목으로 문제가 제기된 강원도 홍천군 벌목현장. 한국의 바이오매스 발전이 산림을 태우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비판받지 않으려면 정부가 나서서 산림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 남준기 기자


지난 14일, 유럽의회는 산림 바이오매스에 대한 보조금을 제한하고 단계적 감축을 단행하는 내용이 포함된 '재생에너지지침 개정안'(Renewable Energy Directive III, RED III)을 총회에서 통과시켰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45%로 상향했다. 국내에선 바이오매스가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고 오히려 장려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문제 제기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가 여기에 해당 = RED III의 바이오매스 관련 변화는 지난 5월 유럽의회 환경위원회가 채택한 권고안을 기초로 한다. 환경위원회는 유럽 내 바이오매스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1차 목질계 바이오매스'(primary woody biomass, PWB)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사용을 제한하기로 결의했다.

'1차 목질계 바이오매스'(PWB)는 벌채나 자연적인 이유로 숲에서 수확·수집한 산림 바이오매스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원목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산림이 공공연하게 벌채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이번 개정 지침은 △PWB를 재생에너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2017년에서 2022년 사이 평균 이용량에 상한을 둬 단계적 감축에 들어가며 △'단계적 사용 원칙'에 따라 고부가가치의 장수명 상품으로 사용될 수 없는 목재만 바이오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산불 고위험 지역에서의 방화, 병충해 방제, 도로 안전조치 등 불가피한 경우와 자연재해 피해목 등은 수확을 최소화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선에서 예외로 하는 조건이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법' 격인 EU의 재생에너지지침은 재생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최상위법이다. EU의 재생에너지지침은 △바이오에너지의 산림 유래 △식량 기반 △연소성 원료라는 근본적 한계를 인식해 2018년부터 '지속가능성 인정기준'을 시행해왔다.

RED III는 2021년부터 가동한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경우 화석연료 대비 최소 70%, 2026년부터 가동하는 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을 85%까지 감축할 것을 의무화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법제는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지속가능성 기준이 없어 과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매스 확대를 핵심 산림 정책으로 추진해 태양광·풍력보다 높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나 모두베기 등 파괴적인 벌채 방식에 대한 제한도 없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이용량은 지난 3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어 80만톤을 넘어섰고 정부는 2050년까지 이를 30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 2050년까지 300만톤으로 늘릴 계획 = 산림 과학자들은 바이오매스의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보다 높고,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데는 최소 수십년에서 100년 이상이 걸린다고 우려한다. 단시간에 배출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촉진해 10년도 남지 않은 탄소예산을 더 빨리 소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는 '푸른 하늘의 날'이었던 지난 7일 "바이오매스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19일 "EU의 산림 바이오매스 보조금 제한과 단계적 감축은 대규모 바이오매스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산림파괴를 일으킨다는 과학적 사실을 인정해 정부가 지침을 개정한 것"이라며 "한국의 바이오매스 발전이 산림을 태우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비판받지 않으려면 정부가 나서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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