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재창당' 성공할까 … 당대표선거가 첫 시험대

2022-09-20 11:12:40 게재

다시 '계파 경쟁'이냐, '새로운 물결'이냐 관심

김윤기·이동영·이정미·조성주 출마 굳힌 듯

"새 인물 부재 … 구호 아닌 능력 보여줘야"

"민주당과의 거리 아닌 자기 정체성 먼저 봐야"

당명을 포함해 재창당 계획을 밝힌 정의당을 이끌 당대표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4명이상의 다자구도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당 내부의 대표적인 계파에서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의 청년정치를 표방하는 세력과 제 3지대로서의 정의당을 추구하는 세력에서도 후보가 나와 정의당의 새로운 정체성과 재창당 성공 가능성을 놓고 한판승부를 겨룰 전망이다.

정의당, 당대회에서 "다시 시작" ㅣ 당헌 개정 및 재창당 결의안 채택 등의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다시 시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의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다음달 19일 지도부 선출이 예정돼 있으며 현재까지는 이정미 전 대표와 김윤기 전 부대표,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 이동영 수석대변인 등이 출마를 거의 확정했다.

이 전 대표는 당내 최대 계파인 인천연합 소속으로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심상정 의원과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정의당 대변인, 부대표를 거쳐 비례대표로 20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 기간 중 당대표로 선출, 당을 이끌었다. 21대 국회에서 인천 연수을에 도전했으나 민주당 정일영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외로움 없는 따뜻한 돌봄사회 포럼'의 상임위원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김 전 부대표 역시 당내 또다른 주요 계파에 속해 있으며 대전시당 위원장, 재보궐선거기획단장을 맡기도 했다. 성추행 사건으로 자리를 내려놓은 김종철 대표와 같이 당직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지난 당대회에서 당의 빚을 당원들의 십시일반으로 해소하려는 '당채보상운동' 결의문을 제안, 채택되기도 했다.

조 전 부의장은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공동대표,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을 지냈으며 서울시에서 고 박원순 시장과 함께 노동전문관, 노동정책담당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심상정 후보 종합상황실장을 맡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마포구청장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당대표를 도전하면서 일부 의원들과 손을 잡고 세력을 확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대변인은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 더좋은지방자치연구소장을 거쳐 관악구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우수상, 대상)을 두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부터 당 수석대변인을 맡아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렀다. 그는 이날 중 대변인을 사퇴한 후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방의회 등을 통해 정치현장 경험이 많은 당원들을 규합해 새로운 정의당의 '존재의 이유'를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힐 예정이다.

◆누구에게 수술칼을 쥐어줄까 = 정의당원들이 수술대 위에 올라간 정의당 수술 칼을 누구에게 쥐어줄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1만8000여명의 정의당원들은 '강력한 토대'를 가진 기존 세력에게 다시 기회를 줄 것이냐, 아니면 토대는 다소 약하더라고 새로운 세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냐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 사정에 밝은 모 교수는 "정의당이 재창당을 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당을 운영하고 또 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력과 힘이 필요하다. 특히 당 내부의 혁신과 외부에 압박 등에도 상당한 시간동안 묵묵히 재창당활동을 펼쳐야 하는데 이때도 조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면서 "정의당에서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거에 나왔던 사람, 활동하던 사람들이 도전할 수밖에 없는데 당을 제대로 운영하고 재창당에 나서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 조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에서 주요직책을 맡았던 모 인사는 "현재로서는 정의당의 미래는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어둡다"면서 "기존 세력이 다시 당 중심에 서게 됨으로 생기는 위험, 새로운 세력이 과연 개혁과 변화를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이냐는 불확실성 등이 혼재돼 있다"고 했다. 그는 "재창당을 하겠다는 결의문 내용은 그냥 '결의'일 뿐"이라며 "리모델링이 아닌 완전히 개조해야 하는 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2024년에 성적표 나온다 = 정의당에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차기지도부는 2023년에 재창당을 해야 한다. 첫 성적표는 2024년 총선이다.

'어떻게 재창당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각 당대표 후보별로 '재창당 전략'을 놓고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당을 오랫동안 봐 온 모 교수는 "정의당은 오랜기간 동안 묵묵히 자신의 터를 닦아야 한다"며 "선거일정에 맞춰 당력과 당비를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또다시 현재의 패배 수렁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했다. "정의당의 정체성,을 만들고 지역정당으로 풀뿌리정당을 만들어내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앞의 모 교수 역시 "민주당과의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의당 자신의 정체성"이라며 "다른 데를 봐선 안 된다. 이제는 오롯이 정의당만 바라보고 정의당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의 적은 정의당'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의 당 인사는 "정의당의 도전은 2024년 총선 성적표로 말해 줄 것이며 현재와 같이 '무난하게' 가면 정의당은 2024년 총선에서 '무난하게' 원외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정의당은 오는 23일 선거공고에 이에 27~28일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29일부터 전국 순회 유세와 TV토론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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