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실업무는 서류발급 아닌 주민소통 과정"
서대문구 '구(區)것이 알고 싶다'
이성헌 구청장 현장발 영상 눈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 연희동 구청장실에 있어야 할 이성헌 구청장이 민원대에 앉아 주민들을 맞는다. '영혼이 탈탈 털린' 표정으로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며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 등을 발급하는 그에게서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소리 없는 외침이 들린다.
21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이성헌 구청장이 동주민센터를 비롯해 자치구 공무원들이 하는 업무를 직접 체험하고 영상을 통해 주민들과 공유한다. 지난달 31일 서대문구 유튜브에 첫 선을 보인 '구(區)것이 알고 싶다'이다. 그동안은 지역 명소와 축제, 볼거리와 즐길거리 중심으로 전달했는데 구청장의 생생한 현장체험을 토대로 민선 8기에 변화된 정책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첫번째 체험을 담은 영상은 '민원처리 전문가, 주민센터에서도 통할까'. 출생 사망 전입 등 각종 신고와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민원대에서 한나절을 보낸 영상이다. 게시 20일만에 1만2000회 넘는 조회수를 이어가고 있다.
출발은 불안해 보인다. 민원서류 발급 전용 컴퓨터에 접속은 했지만 자판 위치를 헛갈리기 일쑤고 주민들이 제시한 신분증의 글자는 흐릿하기만 하다. 이 구청장은 "주민들이 오랫동안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업무를 보려고) 하는데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앉아 있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업무가 서투르면) 댓글이 달릴 것"이라는 주변 경고에는 "조심해야겠다"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남가좌1동주민센터에서만 4년을 근무했다는 우은미 주무관이 초보 후배(?) 지원에 나섰다. 그는 컴퓨터 자판 위치부터 요금 수수 방식, 증명서 용도확인과 지문 인식 방법 등을 안내하며 "사수 없이 해보시겠느냐"고 슬쩍 권하기도 한다.
"너무 늦어서 미안합니다"를 반복하며 어수룩하게 출발했지만 사수와 주민들 응원에 없던 기운도 불쑥 솟는다. "구청장 되고 행정서류 발급 업무는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구청장에 우 주무관은 "연륜이 있어서 민원 응대를 잘하시는 것 같다"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 구청장은 "한번만 더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하며 한나절 민원대 업무를 마무리했다. 그는 "민원업무는 단순한 서류 발급·처리가 아니라 주민과의 관계이자 소통의 문제"라며 "서대문의 주인인 주민이 갖고 있는 생각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대문구는 첫회 호응에 힘입어 5회까지 영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2화 '아침을 여는 사람들' 편은 다음달에 게시한다. 이 구청장이 환경미화원과 함께 청소차를 타고 골목을 쓸며 청소행정 현장을 보여준다. 취임 첫날에 이어 지난 7일 새벽청소에 동참했던 그는 영상 제작과 별도로 올해 말까지 10여차례 청소 현장근무에 나설 예정이다.
종합상황실에서 당직 근무를 하며 밤사이 들어온 민원을 즉시 해결하고 '안심귀가 스카우트'로 변신해 여성과 아동·청소년 안전한 밤길을 책임지는 구청장 모습도 곧 만나볼 수 있다. 반려견 가정을 방문해 문제행동을 파악하고 교정교육과 산책훈련을 시키는 '찾아가는 우리동네 동물훈련사'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큰 줄거리는 잘 알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모르는 게 많다"며 "업무를 체험하며 '구의 실체'를 파악하고 친근하고 재미있는 영상으로 주민 공감대와 정책 이해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