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

"희망 보여줄 혁신안 만들 것 … 이준석 추가 징계 신중해야"

2022-09-22 11:14:42 게재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일정기준 이상 자질 갖춘 분 추천하겠다는 약속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한 징계 바람직하지 않아 … 법정 가면 또다른 혼란 가능성

이용호 원내대표 후보 선전? 당 지도부 운영방식에 동의 않는 의원 상당수라는 뜻

다양한 의견 없다면 죽은 정당 … 지도부, 토론 통해 의견수렴하는 리더십 발휘하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서울 종로구·사진)은 '중진급 초선의원'으로 분류된다. 정치입문한 지 1년 2개월, 국회에 입성한 지는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30여년간 판사로 지내다 감사원장으로 이어진 공직활동, 그리고 정치 입문 직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해 대선 경쟁에 나선 드라마틱한 반전까지 쌓인 내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지난 6월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이른바 '이준석 사조직' 논란,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및 당 지도부 공백 사태, 1·2차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 당 내홍 속에서 중심을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1차 혁신안에 이어 곧 2차 혁신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최 의원을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혁신위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적용확대에 대한 의견수렴이 어느 정도 됐다며 2차 혁신안 발표를 예고했다. 새롭게 전열을 갖춘 당 지도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을 당 분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과정을 거쳐 수렴해 나가되, 결론이 나면 마음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지도부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한 추가징계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정치에 입문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당시에는 나라상황이 정말 위태롭다 싶어서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정치에 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들어왔던 것 같다. 직접 맞닥뜨려 보니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하기에는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치활동은 1년 남짓, 국회 생활은 6개월 남짓 됐는데 개인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속성으로 정치를 학습했다 싶다. 정치란 날마다 새로운 상황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하는 역동적인 삶이더라.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뭘 해야 할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우리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

20일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과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최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공천 관련 눈치를 보면서 이른바 '신핵관'(새로운 윤석열 핵심 관계자) 경쟁이 불붙었다는 지적이 많은데 최 의원은 당 지도부에 할 말은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다. 과거 법관이나 감사원장으로 일할 때와는 또다른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을 위해서, 그리고 당을 위해서 뭐가 바른 길인지 그것만 생각하려고 한다. 오늘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마음으로 일하려고 노력한다.

■소신행보가 주목받으면서 일각에선 차기 지도부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과찬의 말씀이다. 국회의원 활동이 불과 몇 달 되지 않아서 국회나 당 사정 등을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현재로서는 상임위원회 활동과 혁신위원장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한다. 그 이상의 일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혁신위 출범 후 3개월이 지났다. 1차에 이어 곧 2차 혁신안도 발표될 텐데 중간평가를 한다면.

혁신위 출범 때부터 논란이 있지 않았나. 이른바 이준석 사조직 논란. 그런 오해는 다 풀렸지만 이후 당내 사정이 상당히 혼란스러워서 혁신안 발표가 미뤄진 아쉬움이 있다. 최근 당내 갈등 때문에 실망하신 국민들이 적지 않으실 텐데 그래도 국민의힘이 국민들을 위해 변화하려 하고 있고, 아직 희망이 있구나 느낄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PPAT 등 2차 혁신안을 두고 혁신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지점에서 의견이 갈리는 건가.

약간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마치 시험으로 공천후보자를 정한다고 (일각에서)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그게 전혀 아니다. 적어도 일정 기준 이상의 자질을 갖춘 분들 중에서 공직후보자를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추천하는 공직후보자는 어느 기준 이상의 자질을 갖춘 분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장한다는 의미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좀 급하게 시행하다 보니까 문제가 조금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충분히 보완한 안으로 논의중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보면 될까.

그렇다. 지방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선거 등에 적용이 될 텐데 예를 들어 기초의원의 경우 항상 자질 논란이 일지 않았나. 우리 당에서는 검증을 통해서 최소한의 후보자격 기준을 갖고 공천하겠다는 것이다. (검증 대상이 되는) 후보자들은 싫어하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다음 주 전체회의 후 발표하나.

어느 정도 논의가 됐기 때문에 아마 다음 회의 때는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종혁 혁신위 대변인이 2차 비대위에 참여했다. 내부 조율이 있었나.

정진석 비대위원장께서 우선 김종혁 혁신위원에게 비대위 합류를 제안한 것 같다. 김 위원이 제게 양해를 구했고 괜찮다 했다. 이후 정 위원장도 직접 김 위원의 비대위원 임명 관련한 의사를 물어보셨고 괜찮다고 대답했다. 혁신위 사안들을 비대위에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소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 상황이 아직 복잡하다.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 개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떤 생각인가.

이 전 대표의 다른 추가적인 징계 사유가 있다면 그 부분은 논외다. 다만 '양두구육' 발언이라든지 정치적 수사와 관련된 것을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것을 해당행위라고 해서 징계할 경우 우선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그런 사유로 징계했을 때 (이 전 대표가) 법적으로 문제삼았을 때 만약 법원에서 징계 결정이 인용되지 않고 취소되거나 하면 당은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다.

■어려운 당 상황 속에서 '정진석 비대위'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당내 갈등이 더이상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일로 떠오르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용호 의원의 득표가 의외로 많지 않았나. 그래도 경선을 통해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선거를 통해 결론을 내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결론에 다 동의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 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그게 마치 당내 전열을 흐트리는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후 결론을 내면 그에 맞춰 같이 나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다. 다양한 의견이 없다면 죽은 정당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용호 의원이 받은 42표의 의미는 뭘까.

비대위 구성 이후에 진행된 당 지도부의 운영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겉으로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동의하지 않았던 의원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본다. 당 지도부가 기존에 국정운영을 해나가기 위해선 일사불란한 당의 모습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면 사실 많은 의원들은 그게 아니라고 봤던 거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결론을 내고, 그 다음에 같은 마음으로 나아가는 그게 건강한 정당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과 해법은.

사실 새 정부 들어와서 외교안보문제라든지, 대북문제라든지 그동안 국민들이 불안했던 요소들을 많이 수정하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많이 전환했다. 잘못됐던 탈원전 정책도 많이 방향전환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수행 지지도가 계속 낮아진 것은 국민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인사와 관련해 '지난 정부보다는 잘했다' 이런 것으로는 국민들이 만족하지 않는다. (전 정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언뜻언뜻 지난 정부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보니 국민들이 실망하신 거라고 본다. 이런 부분은 (윤 대통령이) 이제 어느 정도 파악을 하셨을 것 같고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단순히 어떤 한두 가지 이슈를 가지고 확 국면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일관된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께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갖고 힘을 실어줄 것이다.

■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안에 대해 전직 감사원장으로서 강한 반대 의견 밝힌 바 있다. 민주당에선 최 의원이 감사원장을 하다가 그만두고 정계 입문을 한 것을 두고 독립성을 이야기할 자격이 되느냐는 지적을 한다.

과거 감사원장 재직 시절, 민주당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감사를 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을 맹비난하고 정치적으로 상당히 맹공격을 했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낸 법안을 보면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몇 가지 내용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개정안 핵심은 특별감찰의 경우에 국회의 사전승인을 받으라는 거다. 현재로서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승인 없이 감사하지 말라는 뜻 아닌가. 어느 국민도 정상적인 법안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검사가 수사를 할 때 국회 승인받고 수사를 해야 한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어. 마찬가지다. 만약 이 법안대로라면 다수당이 여당이 됐을 때는 정권에 대한 감사를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있는 정부에 대한 감사를 아무 것도 못하는 셈이다.

■감사원이 정권 교체 때마다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론적으로는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이 아닌) 독립기관으로 두면 직무상 독립이 더 확실하게 보장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현행 법하에서도 감사원과 감사원장이 결의를 단단히 하고 업무를 수행한다면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대담=김종필 정치팀장
정리=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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