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갯벌

2022-09-30 10:53:26 게재
새만금 수라갯벌은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갯벌이다. 바로 옆 군산공항에서 날아오르는 전투기 소음 때문이다. 전투기들은 활주로를 벗어나면 영화 '탑건'의 한 장면처럼 곧바로 급상승을 한다. 전투기 십여대가 급상승하며 내는 소음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투기들이 수라갯벌 상공에서 급상승하는 이유는 새들 때문이다. 특히 수라갯벌 일대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떼지어 날아가는 '가마우지'들은 항공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가 미군 전투기와 가마우지 떼가 정면충돌하는 사진을 찍었을 정도다.

28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국민소송단, 녹색법률센터는 서울행정법원에 국토부장관을 피고로 하는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는 전국 1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국민소송단은 "필요없는 공항을 짓기 위해 갯벌을 매립하는 것은 전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고, 2050 탄소중립사회 건설이라는 정책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블루카본'이라 불리는 갯벌은 연간 108억톤의 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그린카본'이라 부르는 육상산림의 탄소 흡수량 104억톤보다 많고 흡수속도는 최대 50배나 빠르다.

게다가 신공항이 들어설 수라갯벌은 수십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이다. 멸종위기종을 비롯, 동아시아-대양주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주요 월동지이자 중간기착지로서 중요한 생태적 역할을 한다.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새만금갯벌 안에서는 어류 85%, 조류 86%가 감소했다. 새만금갯벌을 찾아오던 20만마리 이상의 도요물떼새는 97%가 사라졌다.

새만금 방조제 축조로 인해 추정되는 전북지역 수산물 생산 손실액은 7조3500억원, 수산업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총 13조원이 넘는다. 새만금갯벌은 이 일대 바다생물들의 핵심 산란터였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수산물 생산량은 1991년 13만4819톤에서 2018년 7만7800톤으로 42.3% 감소했다. 해안선을 모두 잃어버린 김제시는 수협 위판금액이 0원이 됐다.

새만금 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사업이다. 해수유통만 하면 수라갯벌의 생명그물을 이어갈 여지가 남아있다. 어차피 새만금호 물은 농사용으로 쓸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오동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28일 "비상시 미군의 제2전투활주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8000억원 혈세를 쏟아부을 게 아니라 해수유통을 하면 갯벌과 염습지로 복원될 수라갯벌을 군산의 생태관광자원과 어민들 삶터로 보전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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