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길 여는 중소·벤처기업 ㅣ ⑫ 대구택시협동조합
"기사 확보보다 택시 부족이 더 걱정" … 운행률 99%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장점만 도입
현재 237대 보유, 1인1차제 운영
부채없고, 매년 50% 이상 성장
정부는 4일 '심야 택시난 완화대책'을 내놓았다. 50년간 유지했던 강제 택시부제 해제, 심야 호출료 인상, 파트타임 택시기사 도입 등이 주요내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는 기사들 이직을 촉진시켰다. 운행하지 않는 택시가 늘면서 택시업계는 경영난에 봉착하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 기사부족이 택시난의 근본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기사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구에서 기사부족 걱정을 하지 않는 택시회사가 있다. 기사 만족도가 매우 높아 퇴직 후 인생 이모작을 위해 운전대를 잡는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택시운행률은 100%에 육박해 택시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대구택시협동조합(이사장 심경현)은 택시업계 불황과는 상관없는 택시회사다. 택시업계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전국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택시협동조합은 법인택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지난달 21일 대구시 서구에 위치한 대구택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심경현 이사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교통사고 줄고 월 수익 더 높아 = 심 이사장의 자신감은 경영실적에서 확인된다.
대구택시조합 매출은 출범한 2016년 29억4400만원에서 2021년 84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매년 50% 이상 성장해 5년만에 매출은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기간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 부채가 없고 2019년부터 배당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 매출 증가는 조합원 수익으로 연결돼 기존 법인택시 기사보다 월 평균 50만원 가량 더 많이 가져간다. 대구택시조합의 택시공제보험 요율은 200%에서 90%로 낮아졌다. 안전운행으로 교통사고가 현저히 줄어든 결과다. 운행률은 99%다. 기사를 충분히 확보해 조합이 보유한 택시 전체가 운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구지역 법인택시 평균 운행률 40%와 비교하면 매우 의미있는 수치다.
심 이사장은 "기사들이 조합원으로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안전운행을 하고 친절하게 대하니 조합택시를 찾는 시민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구택시조합이 소문이 나면서 택시업계를 떠났던 기사들이 돌아오고 있다. 공무원이나 회사에서 퇴직한 이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인생이모작을 펼친다. 조합원 중 퇴직 경찰공무원은 15명이나 된다. 대구택시조합은 경로당 목욕봉사, 취약계층 무료택시 운행 등 지역사회와 연대에도 적극적이다.
정부에서도 대구택시조합 성과를 인정했다. 지난 7월 최초로 열린 기획재정부 주관 '2022년 베스트 협동조합 어워드'에서 우수 협동조합으로 선정됐다. 대구택시조합은 전국 택시협동조합협의회 설립도 주도했다. 심 이사장이 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경영악화 법인택시 양수받아 = 대구택시조합은 2015년 12월 택시 27대를 기반으로 출범했다. 2016년 4월 차량을 57대로 늘려 운행을 시작했다. 2015년 서울에서 처음 등장한 협동조합 택시(쿱택시)가 대구에 상륙한 것이다. 경영압박에 시달리던 법인택시 대표가 협동조합 전환을 결정한 게 대구택시조합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대구지역 법인택시 경영지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해 대구시가 택시를 줄인 첫해다. 승객감소와 운송비 상승에 기사 부족으로 운행률은 50%에 불과했다. 법인택시 사업자와 기사 모두 불만족스런 상황이었다.
경영이 어려운 법인택시 7개 업체에서 180대를 넘겨 받았다. 2021년말 현재 237대를 보유하고 있어 전국에서도 큰 택시회사에 속한다. 조합원은 243명으로 늘었다. 대구택시조합이 보유한 택시는 5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협동조합 택시는 자금을 조합원이 분담하고 이익을 배당받는 형태다. 대구택시조합은 협동조합 구조에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장점만을 도입했다.
대구택시조합 조합원 출자액은 2000만원 정도다. 매달 40만원 가량의 운영비만 납부하고 수익 대부분은 기사 몫이다. 개인택시처럼 '1인 1차제'를 원칙으로 한다. 개인택시 구입자금(약 7000만원)의 1/3 정도 출자금을 기반으로 법인택시를 사납금 없는 개인택시 수익구조로 운영하는 것이다. 조합원은 개인택시면허 없이 법인택시를 개인택시처럼 운행하는 셈이다.
6년간 법인택시에 소속돼 있다가 조합에 합류한 전찬유 이사는 "기사들이 조합원이 된 후 직업윤리와 자긍심은 높아졌다"면서 "나도 법인택시 기사였을 때는 돈벌이에 급급해 안전운행이나 서비스는 뒷전이었다"고 전했다.
◆민주적 운영이 성공 열쇠 = 대구택시조합의 성공은 민주적 운영에 있다. 협동조합 택시의 선구자였던 서울 쿱택시 실패와 대구택시조합 초대 이사장 해임은 민주적 운영을 더욱 공공히 하는 계기가 됐다.
심 이사장은 "초기에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기존 주식회사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해 안타까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초대 이사장 해임으로 심 이사장이 2대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대구지역에서 1971년부터 법인택시를 경영하던 사업주였다. 잘 나갈 때는 80대까지 운행했다. 2010년 이후부터 사업이 어려워지자 2016년 대구택시조합에 합류했다.
심 이사장은 더 이상 실패할 수 없었다. 임원들은 지속적으로 협동조합을 공부했고 조합경영에 투명성 원칙을 세웠다. 매월 1회 정기이사회를 갖고 모든 현안을 논의한다. 외부회계감사를 도입하고 회계법인 선택도 조합원 의견을 따랐다.
대구택시조합은 조합원이 행복하길 바란다. 이미 희망이 꽃피고 있다. 조합원들이 '평생직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조영택 이사는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나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가족들이 좋아한다. 이곳이 나에게는 마지막 직장"이라며 웃었다.
"택시난 해결은 운행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심 이사장과 대구택시조합은 택시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