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막말·이해충돌 논란 … 국회엔 징계심사할 윤리위 없다

2022-10-14 11:32:22 게재

윤리위, 지난 6월부터 가동 멈춰, 심사 불가능

이해충돌방지규칙 계류, 보유지분 논란 자초

국감에선 피감기관에 '호통', 자신들에겐 '면죄부'

여야간 막말과 이해충돌 논쟁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내부의 윤리특위와 이해충돌심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 징계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심사할 윤리특위가 구성되지도 않았으며 국회법의 이해충돌방지규정은 국회 규칙이 제정되지 않아 '반쪽' 운용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징계안 제출 ㅣ 국민의힘 김희곤 원내부대표와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피감기관 내부의 비위, 직장내 괴롭힘, 상호 비방·욕설뿐만 아니라 이해충돌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4일 국민의힘은 국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징계안을 제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이 대표가 방산업체 주식 보유로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양금희 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 대표는 국방위를 선택하지 않거나, 국방위에 배정되었을 때 바로 매각 또는 백지신탁 해야 했다"며 "명백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국회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정 위원장은 한미일 군사훈련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등의 글을 올린 것이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 의원은 국정감사 도중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 "혀 깨물고 죽지"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스타 항공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 양기대·이원욱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 대한 징계안도 제출됐다.

아무리 징계안이 제출하더라고 윤리특위가 없어 국회의원에겐 압박이 되지 않는다. 비상임위원회로 전환됐고 21대 후반기국회 여야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 국회 의안시스템을 보면 20개 징계안이 심사할 상임위가 없어 '미배정' 상태로 전환돼 있다. 윤리특위는 20대 후반기 국회부터 상설에서 비상설특위로 바뀌었다. 2019년 6월 30일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0년 5월 29일까지 1년 동안엔 윤리특위가 없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윤리특위는 임기 100일 이상 지난 2020년 9월 15일에 처음 열렸고 징계안 심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징계소위는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솜방망이 징계와 심사 방치 등으로 사실상 국회의원 윤리에 대한 자정능력이 무력화돼 버린 린 셈이다. 이는 거대 양당의 선명성 경쟁에서 막말과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가 더 강해지고 많아지는 이유로 지적된다.

이해충돌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주식, 부동산 보유 의원들의 관련 상임위 배정이 이해충돌방지 규정에 위반된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다. 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회법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피감기관인 국토부와 관련한 주식을 대거 보유하면서도 국토위에 배정될 수 있었던 것은 국회 운영위에 제출된 '국회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규칙안'이 계류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규칙안은 올해 5월 19일부터 시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출, 21대 후반기국회부터 적용하려 했으나 국회의원들이 심사조차 하지 않아 '반쪽'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돼 버렸다. 이 규칙안은 국회법에서 위임한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주식·지분 또는 자본금 등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 단체로서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이 되는 범위'를 '의원 본인 등이 소유하는 주식 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인 법인·단체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각각이 소유하는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지식재산권·주식매수선택권 등'도 사적 이해관계 등록 사항으로 못 박았다.

조 의원은 보유하고 있었던 지오씨앤아이(39만2000주), 유앤지아이티(본인 9만주, 배우자 1만주), 경일텍(9만8000주) 주식을 각각 백지신탁했다. 지오씨앤아이는 32억3556만원에 팔아달라고 농협은행에 맡겼고 경일텍은 19억5470만원, 유앤지아이티는 6억4790억원으로 매각금액을 설정해놨다. 조 의원은 국토위에서 나와 복지위로 이동했다.

국회 사무처는 "사적이해관계 등록사항에 대한 검토의견을 국회법상 기한 내 국회의장, 소속 교섭단체 대표의원에게 제출했다"며 "국회법에서 위임된 사항을 규정한 관련 국회 규칙안은 현재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이라고 했다. 규칙안이 일정대로 통과됐더라면 조 의원 이해충돌 논란은 애초 차단됐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국토위 이재명 의원의 방산주식 보유 논란, 재판 중인 최강욱 의원의 법사위 질의 논란 등이 올해 국감 중 불거지기도 했다.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지적된 이해충돌 문제가 국회의원들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국무위원후보자뿐만 아니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바이오 주식 보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부인과 자녀의 녹십자 관련 주식과 원전 주식 보유 문제와 관련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국회 모 고위관계자는 "이해충돌 규칙은 너무 가혹하다는 국회의원들 사이의 의견이 많아 논의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회의원들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 이해충돌' 관련 보고서에서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는)법제도 개혁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로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함께 경주돼야 한다"며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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