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대전환' 우물에서 숭늉 찾아서는 안된다

2022-10-19 10:45:20 게재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 산업진흥회 상근 부회장

우리 속담에 '우물에서 숭늉 찾는다'라는 말이 있다. 일의 순서를 무시하거나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경우를 일컫는다.

바야흐로 산업 디지털 대전환(Big Change with DX)의 시대다. 이젠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X)을 미래 조직생존의 필수요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별 특성이나 기업수준과 관계없이 디지털 우선 접근을 강조해서는 안된다.

성공적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건

현재의 비즈니스 개념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는 혁신으로 바라보아야 하기에 DX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고려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첫째, 글로벌 디지털 선도기업들의 현재 모습만을 보며 추종해서는 안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의 '성지'라 불리는 지멘스 공장도 현재 1700종이 넘는 제품들을 연간 1500만개씩 생산하면서 불량품 발생률을 0.0001%로 낮추기까지 20여년 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디지털 선도기업들의 특징은 오랫동안 지속적인 DX투자를 통해 생산 효율성, 고객경험 증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것이다.

둘째, 개별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산업간 또는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이 확대되어야 한다. 제조강국 독일은 10여년의 준비 끝에 2011년 발표한 '인더스트리 4.0 프로그램'을 최근에서야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았다.

G2 중국은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미국 독일 등 전통적인 제조강국을 뛰어넘겠다고 한다. 정부도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구상'을 밝히면서 2027년 명실상부한 '디지털 강국'으로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끝으로, 디지털 전환에 어려운 중소·스타트업에게는 거대한 계획보다 지속적인 작은 실천이 가능한 지원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DX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전략·프로세스·시스템·조직 등에 불가피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민관 협력과 함께 지원기관 역할 중요

디지털 신기술 활용을 위한 투자 여건이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기업에게는 먼 미래의 일이다. 기업 생존자체가 최우선이기에 신기술을 활용해 최소비용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제품·서비스 혁신을 통한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이유다.

이를 위해 산업부와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혁신제품개발에 필요한 IoT플랫폼을 제공하고, 초도 양산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제조지원시설(용산)을 갖추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시기적절한 지원이다. 중소기업이 작은 제품혁신에서 시작해 파괴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혁신에 이르도록 지속적인 실행을 지원해야 한다.

DX는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을 본질적으로 혁신하는 여정이다. 민관협력과 함께 산업별 협회·단체 등 지원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과 전문가를 연결하는 인적플랫폼, 정부정책과 산업현장을 연결하는 정책플랫폼, 기업간 협력을 지원하는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시대, 개별기업의 경쟁을 뛰어넘어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시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