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스쿠터 전용 면허증 아세요?
관악구 낙성대에 운전연습장 마련
노인·중증장애인 이동 안전·편의↑
서울 관악구 청림동 주민 이대섭(56)씨는 "지하철역은 특히 위험하다"며 "승강기에서 내리려면 후진을 해야 하는데 3m 뒤에 계단이 있다"고 전했다. 이씨를 비롯해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관악구 주민들이 이같은 사고에 대한 근심을 덜게 됐다. 관악구가 지난 4월 낙성대동 관악산근린공원 낙성대야외놀이마당 내에 마련한 전동보장구 전용 운전연습장 덕분이다.
19일 관악구에 따르면 전동보장구 전용 운전연습장 설치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한 사례다.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는 법에 따라 '보행자'로 분류, 인도로 이동해야 하지만 차도를 주로 이용하면서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구상했다.
도로교통공단 자문을 받아 곡선·직선 주행로와 신호등 등 연습구간을 설계했다. 사고가 발생해도 큰 부상을 입지 않도록 바닥은 충격흡수에 유리한 탄성포장 공법으로 시공했다. 구 관계자는 "인도를 이용하면 보행자와 충돌할 위험이 있고 장애물이나 좁은 보도폭 등 주행여건이 열악해 차도로 내몰리는 실정"이라며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사용설명서 외에는 교육이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차도나 자전거도로를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절반에 가깝다(45.6%). 노면 안전성이 좋고 장애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차량운전자 90.3%가 위험을 느끼는 건 물론 전동보장구 이용자 세명 중 한명 이상(35.5%)은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재활원 등이 지난 2016년 전동보장구 사용법과 안전운행 요령 등 교육을 위한 교재를 발간했지만 일반 주민들에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지난달 말에는 체계적인 안전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국립재활원 전문 강사가 나서 교통법규부터 사고사례, 사고 대처방법, 전동보장구 작동과 관리방법 등을 알려준다. 실제 도로상황을 재현한 주행연습은 물론이다. 주민마다 보조 요원 한명이 따라붙어 연습을 돕는다.
무료로 진행하는 교육에 3회 이상 참여하면 수료증을 준다. 전동보장구 운전면허증인 셈이다. 최준용 관악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이론교육에 주행코스 경사로 등 실제처럼 연습을 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차 교육에 참여한 이대섭씨도 "전동보장구 이용자 30~40%는 오른손잡이지만 사고로 인해 왼손을 사용하는 경우"라며 "운전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관악구에서 전용 연습장을 마련하고 교육을 진행하니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장애인뿐 아니라 복지시설 관계자와 학생 주민 등을 위한 운전교실도 열 계획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전동보장구를 사용하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위해서다.
전동보장구를 사용하는 주민들에는 야간 사고 예방을 위한 야광스티커를 배포한데 이어 차량운전자 시야 확보를 위한 장치를 연구,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나들이를 위한 이동비용 지원을 올해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전동보장구 운행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을 보험으로 지원한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이동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데다 전동보장구가 늘면서 비장애인 안전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애인을 포함한 이동약자의 삶과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꾸준히 펼쳐 모두가 안전하고 차별 없이 공존하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