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창 서기장 부상은 디지털경제 전환 중시 의미"

2022-10-25 11:08:01 게재

아시아타임스

"서구는 중국 오해"

리창 상하이 당서기가 권력서열 2위로 올라 차기 총리가 유력해진 데 대해 서구 언론들은 "충성심을 중시한 이례적 승진" "측근정치" "마오주의 복귀"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태국·홍콩에 기반을 둔 아시아타임스는 "서구가 여전히 중국과 시진핑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발표된 7인의 중국 최고 지도부(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과 함께 리창·차이치·딩쉐샹·리시 등 시 주석의 측근 그룹인 이른바 '시자쥔' 인사들과 종전 최고지도부에 몸담았던 왕후닝과 자오러지가 포함됐다. 사진은 시진핑과 리창.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이 매체 발행인 유위 파파트는 24일 "리창의 부상은 중국이 민간기업 주도 하이테크 발전을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오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리창은 경영학을 전공했고 홍콩이공대 MBA 학위를 갖고 있다. 이 대학은 홍콩 재벌 리자청이 재원을 대는 아시아 일류 경영·기술대학교다. 리창은 기술기업가들을 '중국 발전의 최선두에 선 사람들'이라며 적극 지원한 이력을 갖고 있다.

파파트 발행인은 "리창은 과학기술에 정통한, 하이테크 기업들의 지원자다. 중국의 미래가 디지털경제에 달렸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특히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중국 공산당 내에서 가장 눈에 띄게 지지하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리창은 일을 성사시키는 열정과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공장을 상하이에 유치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도 리창 서기장이 2018~2019년 상하이의 자원과 인재를 그러모아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하는 테슬라 공장을 건설했다는 점을 주목한 바 있다. 첫삽부터 완전가동까지 이 합작사업에 투입된 시간은 단 10개월이었다. 또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전년 대비 32% 늘어난 외자를 유치했다.

파파트 발행인은 "충성심이 리창의 승진 요인이라는 건 명백하다. 하지만 서구나 중국이나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충성심 여부가 주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충성심으로는 리창의 부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서구 전문가들이 리창의 부상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서구가 여전히 시진핑 주석과 중국의 보편적 지배구조를 오해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서구 언론들은 최근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 보고서에서 시진핑 주석이 대만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강조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파파트 발행인은 "기술혁신과 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교육(STEM) 인재개발의 가속화가 시진핑 담화의 핵심단어"라고 반박했다.

중국 지도부의 전면적인 변화는 변곡점을 시사한다는 게 파파트 발행인의 분석이다. 덩샤오핑의 1979년 개혁으로 7억명의 중국인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했다. 전통적인 농업경제는 국영기업이 지배하는 굴뚝경제로 대체됐다. 중국 국영분야는 그 결과 정치적 기득권의 권력기반이 됐다. 현재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2012년 시진핑 등극을 반대했던 공산당 주요 인사들은 여전히 적대적이다. 그들은 부를 창출하기보다 가난을 나누는 '요새화된 중국'(Fortress China)을 지지한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국영산업이 부패하고 경직돼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을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민간기업가들이 주도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국영기업들과 연계된 정치적 이해관계를 한번에 끊어낼 수 없다. 정치적 반발이 완강하다.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시진핑정부는 '공동부유'라는 좌우명 아래 소득재분배를 강조했다. 권력에 있는 한 시진핑 또는 그 어떤 중국 지도자라도 보수파를 달래야 한다. 그리고 중국 소비자인터넷 기업들을 단속했다. 대중들은 갑작스레 부자가 된 사람들을 질시하기 때문에 이를 완화해야 했다.

파파트 발행인은 "서구는 중국의 움직임마다 이념을 덧댄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이념색이 엷고 가장 실용성이 강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번영과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그 어떤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며 "시진핑 주석은 리창 임명을 통해 그가 목표한 길로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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