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 길 여는 중소·벤처기업 | ⑭ 여성창업가 6인

가수·승마선수·유튜버·변호사 경험 살려 사업가로 변신

2022-11-02 11:05:51 게재

1인기업 온라인마케팅 지원하는 '지켜점주'

'말타' 국내 최초 승마운영관리 디지털화

대기업 콜 받는 반려견 식탁의자 '댕댕체어'

기업은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닥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국경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성장해 왔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함께 기업가정신으로 새 길을 여는 중소·벤처기업 20곳을 발굴해 연재한다. 산업의 대전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지난달 26일 울산에서 만난 여성창업가 6인. 왼쪽부터 강빛나 디니어 대표, 박성연 오디세이랩 대표, 강지수 쏘렐라하우스 대표, 김미리 이유박스 대표, 김아라 럭스포 대표, 박홍주 프렐루드 대표. 사진 여성경제인협회 제공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22년 9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146만명이다. 이중 여성이 50.1%(2581만)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 여성이 CEO인 기업도 늘고 있다. 2019년 기준 여성기업은 277만개로 국내 전체기업의 40.2%를 차지했다. 이는 2018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여성기업 증가는 여성 창업이 활성화 된 결과다. 최근 여성 창업이 전통적인 유통·서비스 업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창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생존형 창업에서 자신의 경험을 디지털기술과 연계한 창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울산에서 열린 '2022 전국 여성CEO 경영연수'에서 만난 여성청년 창업가 6인도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들의 직업은 트로트 가수, 유튜버, 승마선수, 영양사, 변호사, 직장인 등 다양하다. 이들은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두 아이 엄마의 새로운 꿈 = 김아라(28) 럭스포 대표는 승마선수부터 코치, 승마클럽 관계자 등 승마업계에서 10년 이상 활동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국내 유일한 승마플랫폼 '말타'를 출시했다. 말타는 기존 승마업계의 불편함을 개선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승마장 체험·강습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다. 위치기반으로 주변 승마장을 검색하고 승마 관련 정보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현재 말타 회원용 앱과 관리자용 앱 출시를 완료했으며, 관리자용 웹페이지까지 개설이 완료된 상황이다. 회원은 1만4000여명이고, 전국 승마클럽의 10% 이상이 가입했다.

말타 출시전까지는 승마 운영과 관리는 모두 펜으로 작성하는 게 전부였다. 김 대표는 "디지털시대에 승마클럽 관리는 매우 낙후돼 있어 승마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김미리(39) 이유박스 대표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영양사로 올바른 식습관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2020년 창업했다. 회사는 채소간편식 제조식품과 맞춤 영양별 간식 큐레이션(선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유박스는 레시피 개발부터 식재료 관리·제조·포장까지 전 과정을 전문 영양사가 관리한다.

올해 첫선을 보인 '이유있는 페스토'는 엄마들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유있는 페스토는 올리브유와 생채소 등을 갈아 요리에 활용하는 '페스토' 소스(양념)에서 영감을 받아 100% 국내산 채소를 활용해 만든 동결건조한 영유아 간식이다.

◆아티스트 위한 고품질 스튜디오 = 박홍주(39) 프렐루드 대표는 트로트 가수다. 박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아티스트들의 생계가 어려워지자 먹고 살길을 찾아야 했다. 같이 음악 작업을 하던 지인과 함께 창업했다.

프렐루드는 고품질 사운드(음악) 작업이 가능한 80평 규모의 스튜디오 시설로 사운드기술을 특허출원한 상태다. 프렐루드는 사운드기술을 인정받아 아이유의 '조각집', 이효리의 '서울 체크인' ost, 드라마 '서른, 아홉' ost 등 2만여곡 이상의 레코딩과 믹싱을 진행했다.

프렐루드는 보유하고 있는 탄탄한 뮤지션·기획사와 사운드기술을 바탕으로 '전문가용 작곡 소스'를 자체 제작해 유통하는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음악작업을 도와 K-팝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빛나(37) 디니어 대표는 반려견을 위한 식탁의자 등 반려가구를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식탁 밑에서 안아달라고 조르는 반려견을 보며 반려견 식탁의자를 처음 떠올렸다. 반려견 식탁의자는 식당에서 흔히 사용되는 유아 전용의자와 유사하다. 보호자는 반려견과 눈을 맞추며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그는 청년사관학교 12기로 선발된 후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반려견 식탁의자 '댕댕체어'는 4종류로 가격대는 수십만원대로 고가다.

현대프리미엄아웃렛 김포점에 입점했고 세인트존스호텔과 켄싱턴호텔앤리조트에도 납품을 마친 상태다.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했다.

자신을 '강아지 의자왕'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강아지 식탁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소비자 접점을 늘리며 대기업의 펫가구 진출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묵으로 만든 떡볶이 = 박성연(30) 오디세이랩 대표는 변호사 출신이다. 국내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대형 가맹본부 법적분쟁을 담당했었다. 이 과정에서 법 지식이 부족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를 목격했다. 대부분 계약문서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서명했다가 피해를 당했다.

박 변호사는 예비 점주들이 계약체결 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창업을 도와주고 싶었다. 1인기업 온라인마케팅을 돕는 플랫폼 '지켜점주'는 이렇게 탄생했다. 지켜점주는 계약체결 과정에서 정보비대칭을 최소화해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돕는 플랫폼인 셈이다.

지켜점주는 법률실사를 통해 마케팅 업체 중 '좋은 업체' 또는 '좋은 업체 서비스'를 선별해 준다. 특히 변호사로 구성된 자문단이 계약이행 사항을 주기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 노원구 도깨비시장 등 전통시장과 온라인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과 협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향후 '1인 사업자를 위한 종합서비스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강지수(31) 쏘렐라하우스 대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사례다. 강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10년간 성악가로 활동했다. 쏘렐라(Sorella)는 이탈리아어로 '언니, 자매'라는 뜻이다. 그는 다이어트와 뷰티 팁을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구독자들이 다이어트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자 창업을 결심했다. 2021년 귀국 후 회사를 설립하고 청년창업사관학교 구리캠퍼스 12기로 입학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표 제품으로는 무항생제 한우와 천연 코코넛 오일을 사용한 '방탄사골국'이 있다.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묵으로 만든 떡볶이 '묵뽀끼'를 출시했다. 떡 대신 묵을,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을 사용해 칼로리를 5배 이상 낮췄다. 펀딩은 단기간에 목표액의 2000%를 달성했다.

이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남성중심 경영세계, 대기업과 경쟁, 불합리한 제도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그래도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

"경력단절 때문에 사회에 나오기 주저하는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김빛나 디니어 대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여성기업들이 많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박홍주 프렐루드 대표)

이들의 10년 후가 기대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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