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압사'에는 시민안전보험 '무용지물'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자동가입
8월 홍수, 이태원 참사 보장 안돼
생활 속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안전보험이 정작 재난시기엔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은 희생자들에게는 시민안전보험을 적용할 수 없다. 보험이 보장하는 대상이 자연재해, 화재, 대중교통사고 등에 제한되기 때문이다.
시민안전보험은 서울시민이라면 별도 절차없이 누구나 자동으로 가입되는 제도다. 올해부터 보장액이 최대 2000만원(사망 시)으로 상향되고 실버존이나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상해 보장범위도 확대했다.
서울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시민(등록 외국인 포함)이면 누구가 자동 가입되며 사고발생 지역에 관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폭발, 파열, 화재, 건물 및 건축구조물의 붕괴, 산사태 사고로 사망한 경우 혹은 동일한 사고로 후유장애를 입었을 경우 2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장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사망한 경우도 2000만원을 지급하며 이용 중 후유장해를 입었을 경우도 마찬가지로 2000만원 이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한다. 만 12세 이하이면서 스쿨존 지역 내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부상등급에 따라 1000만원을 지급하며 경로당, 요양원 등 실버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태원 압사 참사 같은 재난 뿐 아니다. 시민안전보험은 지난 여름 홍수 때도 시민들을 돕지 못했다. 보장 항목에서 자연재해가 빠졌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지자체들 시민안전보험 보장 항목에서 자연재해를 빼도록 했다. 정부 재난지원금과 보장이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풍수해 보험 등은 건물주 등이 재난에 대비해 별도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자동으로 가입되는 시민안전보험과 성격이나 보장 대상이 모두 다르다.
비 피해,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 시기에 시민안전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정작 보험의 도움이 긴요한 시점에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비 피해 보장이 가능해졌다. 행안부와 서울시는 지난 홍수 피해 이후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서둘러 자연재해를 보장항목에 추가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시민안전보험의 효용성 뿐 아니라 예산 낭비 지적도 제기된다. 시민들에게 보험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아 사고를 당하고도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난 3년간 시민안전보험 운영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지자체들이 보험사·공제사에 해당 기간 납부한 보험료는 449억원에 달했지만 보험금을 받은 시민은 9813건으로 채 1만명이 되지 않았다. 전국에서 시민안전보험을 가장 많이 지급한 곳은 경기도였는데 이 또한 1인당 평균 보험금 지급액은 145만원 수준에 그쳤다.
보험료를 납부했지만 단 한 건도 지급하지 못한 지자체도 7곳이나 됐다. 강원도 인제군·화천군, 경기도 과천시, 경북 영천시, 서울시 성동구·종로구, 울산광역시 북구 등이었다.
용 의원은 "시민안전보험은 국민 모두가 자동 가입되지만 대부분 국민이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지자체들도 실효성을 높이기보다 생색내기용으로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시민안전보험은 재난으로부터 국민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인 만큼 홍보를 강화하는 등 실효성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 보험금 수혜율, 수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