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아버지 잘 대피해 있을 것"
봉화 광산 고립자 가족 애타는 기다림
구조작업 속도 … 생존여부 확인 임박
2일 오후 경북 봉화군 소천면 일월산 장군봉 중턱 성안엠엔피코리아 아연 채굴광산. 제2수갱 앞 컨테이너 휴게실에 지난달 26일 갱도 내 붕괴사고로 고립된 작업자 2명의 가족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8일째인데 구조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생존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당국과 광산측 구조작업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60대 조장 박씨의 장남에 따르면 사고 당시 그는 특별한 장비를 보유하지 않았다. 채굴목적이 아니고 광맥을 탐지하기 위해 1수갱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들은 "1개월여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에 통증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평소 건강했고 다부진 체격이어서 잘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했다. 인력과 장비가 늦게 투입돼 아쉬움이 많지만 현재로선 당국의 구조작업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장남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릴 고립자들을 생각해 모든 가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작업에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구조당국은 고립된 작업자들에 대한 구조가 임박한 것으로 전망했다. 봉화소방서는 2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최종문 경북경찰청장에게 "내일쯤 구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생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날 대책회의에 참석한 봉화군 한 간부는 "폐쇄 지점을 가로막은 암석 아래에서 지하수가 발견된 것은 희망적이다"라고 전했다.
가족들에게 공개한 영상에서도 발목까지 잠길 정도의 지하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안엠앤피코리아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초반부 굴착작업이 난관이었는데 뒤쪽 갱도는 온전하게 보전돼 구출 예정지점까지 진입이 임박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구조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새벽에는 시추 천공이 지하 190m 목표지점에 도달해 시추관으로 내시경을 투입해 갱도 내부를 확인 중이다. 당국은 고립자 2명이 1수갱 입구쪽에서 작업을 하던 중 토사붕괴로 갱도가 막히자 2수갱으로 통하는 지하 190m 갱도(램프웨이)에 대피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시추작업을 통해 생존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후 식수와 의약품 등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봉화 아연채굴업체인 성안엠앤피코리아 광산에서 지난 26일 오후 6시쯤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2명이 지하 190m 갱도에 9일째 고립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