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러 왔습니다" 다시 학교로 간 구청장

2022-11-10 11:31:16 게재

광진구 초·중·고교로 '소통 나들이'

안전·환경 챙기고 지원경비 2배로

"화장실을 설치할 때부터 위치나 파생될 문제점들을 검토했어야 합니다. 그냥 설치만 하고 만 거죠. 닦고 조이고, 기름 치고 청소하고… 유지·관리가 필요해요."
김경호 광진구청장이 지난 두달간 19개 학교 현장을 찾아 학부모 등과 교육 현안을 논의하는 학교 소통 나들이를 진행했다. 사진 광진구 제공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남중학교 인근 공중화장실 이야기다. 산책길에 나선 주민들 편의를 위해 한강으로 이어지는 통로 가까이 설치했는데 위생·안전 관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등하굣길 아이들과 이용자들 동선이 겹쳐 학부모들 불안도 크다. 김 구청장은 "학교 방문 전에 현장을 둘러 봤다"며 "학생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10일 광진구에 따르면 김경호 구청장이 지난 두달간 진행한 학교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한 '학부모·학교와의 소통 나들이'다. 9월 중순 중곡동 중마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 화양동 건대부고까지 19곳을 둘러봤다. 지난 8월 44개 학교를 대상으로 내년도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사업 수요조사를 하면서 신청을 받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주제로 한 소통 나들이는 민선 8기 핵심 공약과 닿아 있다. 광진구 관계자는 "주민 중심 소통행정을 통해 '명품 교육도시'를 조성하려는 김경호 구청장의 실천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 관계자는 물론 시·구의원과 함께 소통 나들이를 진행하며 머리를 맞댄다. 서울시와 교육청 예산 확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교실과 화장실 통학로 등 학교 곳곳을 살피고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교장·교감 등과 교육경비 지원방안, 학교 현안 등을 논의했다. 도서관 시설 개선, 낡은 인조잔디 교체, 교직원 책상과 의자 교체,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공간, 승강기 설치 등 학교 내부 환경 개선과 보다 나은 교육환경 구축에 대한 요구부터 줄을 이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전체 아이들이 급식을 먹기 어렵다, 아이들 축구 좀 하게 해달라는 호소도 공간과 관련된 이야기다.

학교 주변 보행환경 개선도 공통된 요구다. 과속방지턱 설치와 불법주차 단속, 보도블록과 보행자 보호 울타리 보수, 교통안전지도 인력 지원 등이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는 빈집과 공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청소년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주택가 인근 학교에서는 흡연 소음 문제를 호소했고 학부모들은 방과후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경호 구청장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들이지만 낡은 시설과 안전문제가 시급하다"며 "통학로 안전 관련해서도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30년간 공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까'에 대해서는 전문가"라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면 전광석화처럼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에게 "배우러 왔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학부모들은 그간 고민했던 문제를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며 반겼다. 아예 정례적인 자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회 회장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가 구성되면 구청에 방문, 구청장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광진구는 당장 40억원인 교육경비지원금을 민선 8기 내에 두배로 확충,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통학로 안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현장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학생 학부모 학교와 긴밀하게 소통, 광진의 교육 발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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