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휘청이는 롯데그룹, 신용등급 줄줄이 '부정적'

2022-11-21 11:36:57 게재

증권가, 롯데케미칼 주가 하향 조정

업황부진·무리한 인수·계열사 지원

롯데건설 발 유동성 위기에 롯데그룹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롯데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고, 증권가는 롯데지주 핵심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업황 부진과 무리한 인수, 계열사 지원 등으로 재무부담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500억원을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들 은행은 '롯데건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 롯데건설에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출자해 보충해준다'는 자금보충약정을 계열사인 롯데물산과 맺은 후에야 대출을 해줬다. 총 거래금액은 차입한 금액의 120%인 4200억원이다. 시중 금리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건설의 채무는 3조6000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1조1050억원 규모의 기존 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에 약 6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이 쉽지 않아 증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오전 롯데케미칼은 전거래일 대비 2.1% 하락세로 장을 출발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은 롯데건설에서 불거진 유동성 리스크가 그룹 전반으로 퍼질 것을 우려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7일 롯데케미칼(신용등급 AA+)과 롯데지주(AA)를 비롯한 롯데쇼핑(롯데지주연대보증, AA) 롯데물산(AA-) 롯데캐피탈(AA-) 롯데렌탈(AA-) 롯데오토리스(A) 등 주요 계열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향후 6개월~1년 간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나 업황 개선 추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배인해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실적 악화 및 중단기 내 제한적인 개선 전망, 일진머티리얼즈 및 인도네시아 NCC 건설 프로젝트 등 투자부담 확대로 인한 재무안정성 저하 예상 등을 감안했다"며 "롯데지주는 자체 재무부담의 확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이 변경되면서 계열지원능력의 산정 기준인 통합신용도의 하락이 예상되면서 계열사들의 신용도 또한 잇달아 하향조정 됐다.

한편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좀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룹에 현금성 자산이 14조원 이상 쌓여있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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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 김성배 · 정석용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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