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플랫폼' 규제 다시 시동 건다
"플랫폼 덕에 좋아질 줄 알았는데 더 힘들어졌다"
여야 정치인 '독과점' 비판 한목소리 … 플랫폼 감독원 설치·집단소송제 도입·알고리즘 공개 등 제안 다양
축사를 보낸 정치인은 김진표 국회의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영선(창원시 의창구) 국민의힘 의원,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0여명이다. 안철수(경기 성남시분당구갑) 박성중(서울 서초구을) 윤두현(경북 경산시) 윤창현(비례대표) 국민의힘 의원과 이원욱(경기 화성시을) 양기대(경기 광명시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석했다.
대결로 일관하던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공감한 행사는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다. 토론회도 최승재(비례대표) 국민의힘 의원, 오기형(서울 도봉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정훈(비례대표) 시대전환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정치권에서도 '플랫폼의 독과점'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징표다. 윤석열정부의 '민간 자율규제' 방침으로 잠시 주춤했던 '독과점 플랫폼' 규제 논의에 다시 시동이 걸린 셈이다.
토론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플랫폼 독점화를 강하게 비판하며 제도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는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플랫폼기업의 성장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며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는 건전한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위협하고 공정이라는 사회적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플랫폼은 삶에 편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독과점 지위를 차지한 업계에 대한 폐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플랫폼기업이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선 의원은 "인터넷 포털이 사살상 정보검색의 영역을 넘어 언론역할까지 행사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포털에서 발생하는 독과점에 대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상호 의원도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플랫폼기업은 점차 독과점을 형성하며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지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혁신기업의 혁신은 가치혁신이 동반되었을 때만이 완성되는데 플랫폼기업들이 과연 사회적가치와 기술적 도약을 결합한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의회와 정부가 독과점 플랫폼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 독과점 플랫폼 개혁 나서야 = 이날 토론회에서는 플랫폼 독과점 방지와 플랫폼의 공정혁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를 주도한 최승재 의원은 "포털 플랫폼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포털 플랫폼을 전문적으로 감독하고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플랫폼감독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미 플랫폼기업이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감독기구를 통해 강제적인 조치까지도 시행하고 있다. 최 의원은 "플랫폼기업들이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정책과 입법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분할권' 권한 부여를 제시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처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분할권'(독과점 기업의 주식을 처분하거나 영업 양도를 명령하는 권한)을 줘 플랫폼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동안 포털 플랫폼기업들이 이용자정보를 이용해 '문어발식'으로 시장을 잠식한 원인은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과점 플랫폼기업들이 이용자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알고리즘 공개를 위한 사회적합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플랫폼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포털 플랫폼을 물, 전기와 같은 공공재로 인식해 독과점을 규제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 같은 접근 방식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으로 온라인플랫폼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5개 반독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프랑스는 플랫폼비즈니스 영역에 방송, 영화를 시청각 분야로 함께 묶어 공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졌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보상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피해를 입증할 책임을 플랫폼사업자가 지도록 하고 이와 관련해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 극한 경쟁으로 내몰아 =
16일 국회에서는 플랫폼기업의 불공정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호소가 울려 퍼졌다. 최승재 의원이 주최한 '플랫폼 공정거래 및 유통·제조·소비자권익 증진 방안' 토론회에서다.
안산에서 와인삽겹살집을 운영하는 정동관씨는 카카오맵 먹통으로 배달매출이 1/3으로 줄었지만 피해는 오로지 정씨 몫으로 남았다. 카카오맵 중단은 주문이 폭주하는 저녁시간까지 이어졌고 결국 배달앱에 영업종료를 안내하고 주문 창을 닫았다. 정씨는 "이 손해가 도대체 누구 때문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30대 박총명씨는 플랫폼의 최저가 시스템에 따른 과당경쟁 피해를 입었다. 박씨는 "플랫폼서비스가 처음에는 고객과 손쉽게 연결하는 것을 도와줘 매출도 오르며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오히려 더욱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쿠팡같은 플랫폼들은 아이템위너라는 제도를 도입해 소상공인들을 극한의 경쟁으로 몰아넣고 그 안에서 수수료만 편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야놀자는 브랜드를 앞세워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확장하면서 사회적책임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놀자의 프랜차이즈사의 경우 매달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어가면서도 설계와 인테리어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야놀자 측은 "가맹사업은 상생차원에서 2019년부터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고 야놀자 브랜드 호텔로 등록된 경우에도 일반 제휴점과 동일하게 운영된다"는 입장이다.
정길호 소비자와함께 대표는 카카오채널을 통해 투자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피해자는 유명 펀드매니저를 사칭한 카카오채널 계정에 총 2억원을 송금했다. 이 사실을 안 후 계정을 신고했으나 카카오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비 책정 방식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라이더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조태임 한국소비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소비자 피해구제 장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온플법(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법안에도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보호 방안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디지털 소비자 보호 방인이 마련돼야 한다"며 "징벌배상제를 도입해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현실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