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청사 이전 놓고 '갑론을박'

2023-01-11 11:09:35 게재

고양·대구, 기존계획 변경 논란

안양·파주 등도 시청 이전 추진

광역·기초지자체들이 낡고 오래된 청사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민선 8기 새 단체장이 전임 단체장 시절 세워놓은 청사 이전 계획을 변경해 논란이 벌어진 곳도 있고 청사 이전을 통해 지역발전을 꾀하려는 지자체들도 있다.

경기 고양시는 당초 추진해왔던 주교동 신청사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민간개발사업자가 기부채납한 업무빌딩으로 시청을 이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고양시청 신청사를 기존에 계획한 덕양구 주교동 공영주차장 부지가 아닌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업무빌딩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기부채납이 확정된 약 6만6000㎡(2만평)에 달하는 요진업무빌딩으로 이전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오직 시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존 시청사가 위치한 원도심을 중심으로 시민들과 지역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 고양시갑 당원협의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 "원당지역에 고양시청 신청사를 건립하는 것은 그동안 낙후되어가며 주요 공공기관을 잃어왔던 덕양주민들의 마지막 염원이었다"며 "일산과 덕양구의 균형개발을 원하는 덕양구민의 자존심을 묵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심상정(고양갑) 정의당 의원도 "시청 신청사처럼 주민 삶과 직결된 현안에 대해 어떤 사전 소통도 없이 마치 군사작전 하듯 발표한데 대해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며 "이번 결정은 독선이고 독재"라고 비판했다. 고양시의 발표에 따라 90% 가량 행정절차가 진행돼온 주교동 신청사 건립은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경기 여주시도 지난해 말 이항진 전 시장 때 추진했던 시청사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여주역세권 부지에 시청사를 포함한 복합행정타운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여주시 복합행정타운 입지는 지난해 타당성 조사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가업동 여주역세권 부지로 확정했다"며 "올해 관련 용역발주 및 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밟아 임기 내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시청 주변 상인회와 주민들이 청사 이전에 반대해왔고 시의회에서도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만큼 시청사 이전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도 좌초위기에 몰렸다. 대구시가 지난해말 2023년도 예산안에 설계비 130억원을 편성했으나 대구시의회가 전액삭감하면서 사실상 신청사 건립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지난 2019년 12월 24일 신청사 건립 예정지 공고 후 3년만에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12월 15일 대구시의회가 신청사 설계용역비 130억4000여만원을 전액 삭감하자 "첫 출발부터 좌초됐으며 이는 신청사를 달서구에 짓지말라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전담부서인 '신청사건립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대구시는 지난 1일자로 신청사건립과 직원 9명 전원을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을 내 조직개편 전까지 '과' 조직만 남게 됐다.

신청사 건립의 사전 준비절차인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신청사 관련 5개 용역도 모두 중단됐다. 대구시는 당초 대구시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7만8000㎡)에 2025년 착공해 2028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경기 안양시와 파주시는 시청사 이전을 지역발전의 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평촌신도시에 위치한 시청사를 만안구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지로 옮기고 현 청사부지는 첨단기업 유치를 위한 기반시설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안양 동반성장 및 미래 선도산업 기업 유치 방안 기본구상 용역'을 추진한다.

파주시는 금촌에 위치한 현 시청을 옮기고 종합병원을 유치하는 계획 등을 마련 중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취임 전부터 금촌 구도심 발전의 마중물로 신청사 건립을 제안했다. 신도시 조성 등으로 공동화되고 있는 금촌지역 발전을 위해 현 시청사 부지에 대학병원 등을 유치해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곽태영 김신일 최세호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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