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사망자(튀르키예·시리아) 4만명 육박 … "더 늘어날 것"

2023-02-13 11:08:50 게재

세계보건기구, 미 지질조사국 경고

2차 재난, 튀르키예 GDP 10% 손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불과 일주일 만에 4만명에 육박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지진이 21세기 들어 6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자연재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피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튀르키예 지진 구호활동 동참 호소 |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 외벽에 한국무역협회의 튀르키예 지진 구호활동 동참 호소 영상이 나오고 있다. 무협은 28일까지 일 35회 해당 영상을 송출하고 구호금을 마련해 튀르키예에 전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12일(현지시간) 사망자 수가 2만9605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시리아에서는 최소 3574명이 숨지고, 5276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시리아 사망자 숫자를 9300여명으로 집계하는 등 큰 차이를 보였다. 이를 반영하면 총 사망자는 4만명에 육박한다. 미 지질조사국(USGS) 등은 앞으로도 희생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USGS는 11일 보고서에서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길 확률을 26%로 올려잡았다. 지진 발생 직후 0%였던 가능성이 10% 14% 24% 26%로 계속 올랐다. 일부 전문가들이 건물 잔해에 깔린 주민이 2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추위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2차 재난에 처할 가능성도 커진다. 더구나 시리아는 오랜 내전으로 구조 활동은 물론이고 구호품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열악한 상황이다.

경제적 손실 역시 천문학적 수치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SGS는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규모를 당초 국내총생산(GDP)의 6%에서 10%로 올려잡았다. 튀르키예 기업연맹(튀르콘페드)은 이번 강진으로 주거용 건물에 708억달러(89조8000억원) 상당의 피해가 생겼으며, 104억달러(13조2000억원)의 국민소득 손실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총 경제손실 규모가 840억달러(107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튀르키예 GDP의 10% 수준이다.

간간이 구조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골든타임'(72시간)은 훨씬 지났지만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가 기적을 만들고 있다. 튀르키예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 17세 소녀가 159시간 만에 구조됐고, 남부에서는 153시간 만에 두 자매가 구조되기도 했다. 현지에 급파된 한국의 해외긴급구호대(KDRT)도 지난 9일 구조활동을 시작한 이래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한편 튀르키예 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과 관련 있는 건설업자 134명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10여명을 체포하는 등 책임을 부실건축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튀르키예는 1999년 1만7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강진 이후 건축법을 대폭 강화했지만 이번 지진에서 보듯 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건축업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여당이 2019년 건축법 위반을 사면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건축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해 왔기에 이번 조사는 희생양 찾기이자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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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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