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못 줄이면 2150년 해수면 1.4m 상승

2023-02-15 11:03:48 게재

기초과학연구원 새 기후 모델 개발 … "탄소중립 시 20cm 상승"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놓치면 2150년 남·북극 빙상이 녹아 사라지고, 해수면이 1.4m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 연구단장 연구팀은 빙상·빙산·빙붕 해양 대기 등 기후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기후 모델을 개발하고,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해수면 변화를 예측했다. 그 결과 빙상의 용융만을 고려했던 기존 예측보다 해수면 상승폭이 더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 세계 10억명의 인구가 해발 10m 아래의 저지대에 사는 만큼,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은 세계적 재난이 될 수 있다.

빙상은 남극과 그린란드에 주로 펼쳐져 있는 땅을 넓게 덮고 있는 얼음 덩어리를 말한다. 빙붕은 빙상이 길게 바다까지 이어져 있는 부분으로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빙산은 빙상과 빙붕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의 여러 얼음 덩어리 중에서도 빙상은 특히 해수면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빙붕이나 빙산은 녹더라도 해수면 높이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빙상은 전부 육지 위에 펼쳐져 있어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수면을 크게 높인다. 남극 빙상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무려 58m나 상승한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빙상의 변화가 물리학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느리게 진행돼 예측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특히 남극 빙상은 많은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분포하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예측이 더 어렵다. 게다가 이전 연구들은 다른 기후 요소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아 빙상의 변화를 전망하는 불확실성이 더 컸다.

이에 IBS 연구진은 빙상 빙산 빙붕 해양 그리고 대기 요소를 모두 결합한 새로운 기후 모델을 개발했다. 또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3가지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남극 빙상과 해수면 변화를 모의실험했다.

실험결과 끊임없는 산업화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계속 늘어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빙상 소실에 의해 2150년 해수면이 지금보다 1.4m 더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2050년에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50년 해수면이 20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8℃ 이상 상승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빙상 붕괴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60년 이전에 탄소 순 배출량이 0(탄소중립)에 도달해야만 해수면의 급격한 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더 현실적인 예측을 위해서는 각각의 기후 요소와 각 요소 간 상호작용을 더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복합적인 지구 시스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모든 기후 요소를 결합한 모델로 더 높은 공간 해상도에서 빙상과 해수면 변화를 모의하는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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