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지급결제' 대비해 금융당국 위험성 분석
소비자피해 가능성 높고 구제수단 없어
해외는 직불·중개형 서비스, 국내 중단
판매자, 코인 일시 매도하면 시장 불안
해외에서 가상자산(코인)을 이용한 지급결제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코인 지급결제가 증가할 가능성을 대비해 금융당국이 코인 지급결제의 위험성을 검토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상자산 지급결제 관련 해외 동향'을 주제로 한 내부보고서를 통해 금융위험 가능성을 점검했다.
보고서는 해외 지급결제 관련 유형을 직불형과 중개형 2가지로 분류했다. 직불형은 중개기관 없이 핀매자가 물품·서비스의 대가로 구매자로부터 코인을 직접 받는 직거래 형태를 말한다. 구매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자에게 코인을 직접 송금하면 판매자는 결제 확인 후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0년 비트코인 1만개로 피자 2판을 구매한 '비트코인 피자데이'가 최초의 비트코인 결제 사례이자 대표적인 직불형 방식이다.
중개형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중개업자를 통해 거래하는 구조다.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코인 결제를 요청하면 구매자는 중개업자에게 코인을 지불하고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중개업자는 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해 판매자에게 정산한다.
페이팔은 미국 콜로라도주와 제휴해 주민들이 세금을 코인으로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페이팔은 납부자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아 납부된 코인에 상응하는 가치를 달러로 환전해 주정부 국고에 입금한다. 비트페이는 명품 브랜드 구찌와 제휴해 일부 매장에서 비트코인과 에이프코인 등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코인거래소가 직접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코인베이스는 2018년 판매자가 구매자로부터 코인으로 결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백트(Bakkt)와 크립토닷컴(Crypto.com)은 각각 마스터카드, 비자카드와 제휴해 거래소 이용자를 대상으로 코인 결제 직불카드를 발급했다. 결제시 거래소는 구매자가 보유한 코인을 실시간 가격으로 현금으로 전환, 카드사에 지급하고 카드사는 가맹점에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 다날이 자회사인 페이프로토콜을 통해 발행한 페이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국내 코인거래소들이 코인을 현금화할 경우 은행의 실명확인 계정을 발급받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신고·수리를 마쳐야 한다. FIU는 "코인과 금전 간의 직접 교환 뿐 아니라, 매개수단을 이용한 간접 교환의 경우에도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이프로토콜이 실명확인 계정을 발급해 줄 은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FIU는 페이프로토콜의 변경신고를 불수리했고 페이코인을 이용한 지급결제서비스는 중단됐다.
당분간은 국내에서 코인을 통해 지급결제서비스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최대 코인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고 한국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보고서에서 "중개형 직불형 모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고, 구제수단 또한 불명확하다"며 "일본의 'Bic-camera'는 비트코인 결제 전 구매자로부터 결제 지연에 대한 면피 내용을 담은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코인베이스 커머서는 코인으로 구매한 상품의 환불 및 분쟁 과정에 있어서 어떤 책임도지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코인 거래를 중개하는 중개업자(카드사, 간편결제사 등)는 소비자 과실이 없는 항목(결제 지연, 환불 등)에 대해 최소한의 소비자 피해를 보장하고 코인 이체(구매자→중개업자→판매자)시 인정되는 법적 결제시점과 분산원장에 기록되는 기술적 결제시점 차이 간 분쟁 발행 여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코인 지급결제가 활성화될 경우 금융시스템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수의 판매자들이 누적된 매출을 코인으로 일시에 전환할 경우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해 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연동)을 일시에 전환하거나 법정화폐와의 연동이 깨질 경우 코인런이 촉발되며, 준비자산으로 보유 중인 금융투자상품의 투매로 연결되는 등 금융시장으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판매대금으로 매도하는 코인거래의 경우 상한을 두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