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총여신 증가액' 처음으로 지방은행 넘어서

2023-02-21 11:49:27 게재

토스뱅크 합류 영향, 대출 늘어 … 지난해 13.2조 증가

지방은행 10.4조 … '시장 구조 변화' 기대하기는 어려워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신용공여 등 총여신 증가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지방은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총여신은 44조4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1조2000억원) 대비 13조2000억원 증가했다. 지방은행 6곳의 총여신은 191조8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81조4000억원) 대비 10조4000억원 늘었다.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출범한 이후 지난해 9월말까지 1년간 총여신이 7조1000억원 증가했다. 케이뱅크 3조6000억원, 카카오뱅크 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린 것이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3조7000억원으로 증가액이 가장 많고 대구은행(2조4000억원), 전북은행(2조원) 등의 순이다.

시중은행은 같은 기간 총여신을 90조8000억원 늘렸다. 국민은행이 30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27조7000억원), 신한은행(24조1000억원), 우리은행(15조1000억원) 등의 순이다. 총여신 규모는 국민은행(365조5000억원), 신한은행(322조6000억원), 하나은행(317조4000억원), 우리은행(300조7000억원) 순이다.

◆국내은행 총여신 3년간 581조 늘어 =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총여신은 2541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7조5000억원 증가했다. 2019년 9월말 1959조7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총여신 증가액은 581조4000억원에 달했다. 3년간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대출 증가가 원인이다. 지난해 은행권이 역대 사상 최대의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국내은행의 수신(예·적금 등) 규모는 지난해말 283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조원 증가했다. 2021년 수신규모는 2632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2조7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액은 줄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은행의 요구불 예금이 이탈한 영향이다. 요구불예금은 지난해말 336조원으로 전년도 359조원 보다 23조원 감소했다. 다만 자금이 몰린 저축성 예금은 1705조4000억원으로 전년(1574조8000억원) 대비 130조6000억원 증가했다. 2021년 늘어난 114조7000억원 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반면 증권사 수신 규모는 지난해말 132조5000억원으로 전년(183조6000억원) 대비 51조1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급격히 쏠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은행 커졌지만 시장 비중 1.74% =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해 지방은행의 총여신 증가 규모를 넘어서기는 했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은행 총여신 2541조1000억원 중 인터넷은행(44조4000억원) 비중은 1.74%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여신 규모는 1306조2000억원으로 국내은행 총여신의 51.4%에 달했다. 특수은행(산업 기업 수출입 농협 수협)의 여신규모는 929조9000억원으로 국내은행 총여신의 36.5%를 차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소비자의 고금리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은행의 과점체제를 지적했지만 신규 은행이나 인터넷은행을 늘린다고 해서 현재의 구조에서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에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금융권 부실 확대 우려 =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14일 임원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2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가 합리적으로 작동되도록 감독 및 소통을 강화하고 장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경영진 성과보상체계의 적정성 등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2일 '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금감원은 금융권의 부실 확대를 경고했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8%로 2018년말 이후 하락 추세이지만 취약부문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 대해서는 부동산 관련 업종 등 취약부문 리스크 확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8년말 5.05%에 달했지만 점차 감소해 2021년말 3.36%로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9월말 3.55%를 기록, 증가로 돌아섰다. 상호금융권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같은 기간 1.61%에서 1.74%로 늘었다. 보험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0.13%에서 0.20%로 상승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리급등으로 인한 채권평가손실 등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각 금융권역별 리스크 특성을 고려한 위기상황 분석 등을 통해 건전성 악화 우려 금융회사를 조기에 식별해 선제적으로 자본확충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등 대내외 충격에도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유지하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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