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인천시 '행정체제 개편' 논란
고양·용인·수원·화성 행정구 요구
인천시는 10개 구·군 11개로 재편
행안부 "공무원·비용 증가" 부정적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경기·인천지역 대도시를 중심으로 행정구 분리·신설 등 행정체제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승인권을 갖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수와 행정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부정적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경기도와 기초지자체들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고양·용인특례시를 비롯해 성남 화성 부천 등 곳곳에서 분구·구 신설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분구 논의를 본격화한 곳은 고양시다. 고양시는 지난 14일부터 덕양구 21개 동을 순회하는 주민간담회를 열고 덕양구 분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선호 명칭 등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덕양구 인구는 향후 창릉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60만명에 달하게 된다. 고양시는 행정수요 급증에 적극 대응하고 특례시 위상에 맞는 광역행정체제 구축, 지역 균형발전 등을 위해 덕양구 분구를 추진하고 나섰다. 시는 동 순회 간담회, 전화 ARS 등을 통해 주민 의견과 시의회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실태조사를 거쳐 분구를 정식 요구할 계획이다.
용인시도 지난 2020년 기흥구 인구가 44만명을 넘어서자 분구를 추진했다. 기흥구에서 가칭 구성구를 분리·신설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향후 플랫폼시티 등 개발 호재가 예상되는 쪽에선 분구에 찬성하고 낙후된 지역에 남게 될 주민들은 반대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에 이상일 현 용인시장은 지난달 5일 언론브리핑에서 불필요한 민민 갈등을 유발할 이유가 없다며 잠정적으로 분구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분구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시민들에 대한 아무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갈등을 촉발할 필요는 없다"며 "수지구 인구도 지금 38만명이어서 곧 분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만큼 만약 분구한다면 기흥·수지를 합쳐 3개를 만드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수원시에서도 기존 영통구에 광교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가칭 '광교구'를 신설하자는 주장과 곧 인구 40만명을 넘어설 권선구를 분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남시에서도 분당구(인구 48만명) 분구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지난해 인구 90만명을 넘어선 화성시는 오래 전부터 행정구 신설을 추진해왔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민선 8기 공약으로 복합행정타운 조성 및 4개 구청 신설을 내세웠다. 2024년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광역행정체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인구 50만명을 돌파해 대도시 반열에 오른 김포시·시흥시에서도 구 신설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행정구청을 없애고 '광역동' 체제로 개편했던 부천시는 광역동 폐지 및 행정구(3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현재 2개 군, 8개 자치구로 구성된 행정체제에서 자치구를 1개 늘리는 내용의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8월 가칭 검단구·영종구·제물포구 신설을 골자로 한 행정체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최근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분구 및 구 신설 승인권을 갖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부정적이다. 분구 및 구 신설은 광역지자체를 통해 신청하고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행정구는 2014년 청주·청원 통합 때 승인된 이후 10년 가까이 이뤄진 곳이 없다. 공무원 증원은 물론 청사 신설, 표지판 교체 등 행정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2014년 청주·청원 통합 이후 행정구 설치를 승인해 준 적이 없다"며 "행정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사안이라 앞으로도 허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