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교육청, 교육재정 줄다리기

2023-03-14 10:33:34 게재

지역 곳곳에서 재조정 마찰

전국단위에서도 협상 진행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교육청이 각종 교육사업 재정분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자체는 교육청 예산이 넉넉한 만큼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청은 최근 기금 증가 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14일 전국 지자체와 지역 교육청에 따르면 곳곳에서 교육사업 재정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충남 아산시는 최근 지역 일부 교육사업 집행을 중단, 시의회가 천막농성에 나서는 등 갈등에 휩싸였다. 아산시는 지방재정이 어려운 처지인데도 정작 충남교육청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1조원을 넘었다며 교육사업 재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아산시뿐 아니다. 충남도 역시 최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직접 나서 교육재정 재조정을 언급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무상급식 인건비가 국비로 지원된다는 이유로 교육청과의 분담률을 재조정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앞서 경북도와 경북교육청은 2021년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지원한 교육회복지원금이 발단이 돼 무상급식비 분담금 조정으로 이어졌다. 2022년부터 기존 도와 교육청의 분담비율이 70 대 30인 것을 20 대 80으로 바뀌었다.

대구시와 대구교육청 역시 지난 10일 2023년도 학교무상급식 지원 협약을 체결하면서 기존 50 대 50 비율을 대구시가 40%, 대구교육청이 60% 향후 3년간 부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구교육청은 241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무상급식 비율조정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교육청이 미래불확실성 때문에 조정을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자체의 입장을 반영해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최근 지방교육재정 재조정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시도지사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교육부가 고등·평생교육 포괄보조금 1조1000억원을 설치해 시·도에 내려주고 △지방교육세입의 50% 규모인 3조6000억원을 시·도 고등·평생교육 재원으로 전환해야 하며 △시·도세 중 지방교육청 전출률을 국가는 하한선만 정하고, 최종 비율은 시·도와 교육청 협의를 기반으로 조례로 정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시·도는 이런 과정에서 고등·평생교육 재원 6조3000억원을 확보, 지역의 교육 관련 재정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아이들은 줄어들고 대신 고령층이 늘어나는 만큼 교육재정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다.

마침 포괄보조금(1조1000억원)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있다. 지난 10일 시도지사협의회와 교육부 등이 실무 차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아직까지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기는 어렵지만 진전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 상태다.

문제는 시·도 고등·평생교육 포괄보조금 도입(3조6000억원)과 지방교육세 전출률 인하(3조6000억원)다. 시도지사협의회와 행정안전부가 한 축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다른 한 축을 이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합의를 통한 전출률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교육비특별회계의 기금이 4년간 5조1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연평균 25.5%씩 증가한 규모"라며 "교육비특별회계의 잉여금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최근 5년간 연평균 1조8000억원이 잉여금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교육청 예산이 넉넉하다는 얘기다.

반면 지역 교육청 입장은 다르다. 저출생 위기극복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유·초·중등 교육재정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최근 급증해 오해가 있는데 이는 정부의 세수 예측 잘못으로 예산이 남아 지난해 하반기 막대한 교부금이 내려와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유·초·중등 교육과 고등·평생교육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보다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여운 최세호 김신일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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