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의 탄소중립
지구를 망치는 가스라이터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씨의 실체를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화제다. 성범죄자 정명석의 JMS 시작은 인텔리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세상은 모순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나의 길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와 같은 자기 질문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고 때론 피폐하게 만든다. 무엇이 맞는가를 알기 위한 작업은 지난하고 누구도 확실하게 답을 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이비 교주들처럼 정명석도 반말과 막말로 설교를 하고 대화를 한다. 반말은 확신을 의미하며 확신에 목말라 하는 인텔리들은 그의 욕설과 학대(정신적 육체적 폭력)에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이비종교와 달리 교인이 감옥에 갔다 오는 고난 속에서도 수만명의 신도공동체가 유지되는 데에는 신성함과 속물적 요소가 결합된 JMS의 포교방법이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 교회를 가면 SKY 출신 형님들과 젊고 예쁜 여성들이 있고 교회 활동은 대학 동아리 활동처럼 밝고 개방적이다. 하나님의 나라로 가는 길이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을 수가 없다. 내가 추앙하는 엘리트 형님과 누님들이 받들어 모시는 이 남자는 인간의 가장 끝자락의 속물적인 것을 가장 성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그의 저질 언어는 곧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 버린다.
탄소감축은 고통스러운 과정 동반
신성함과 속물의 짝짓기처럼 서로 반대되고 전혀 어울릴 수 없는 것을 한 울타리에 넣어 더 훌륭한 자손을 번식시킬 것이라 기대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은 국내외에 많이 볼 수 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이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 '녹색성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주창한 대표 정책 중 하나였다. 경제적 성장을 친환경 산업으로 이루겠다는 것이다.
성장은 어떤 행위나 물건의 부가가치를 전제로 한다. 자연의 원료를 수집, 가공해 원하는 사람에게 적시에 전달하는 행위과정에서 가치가 발생한다. '녹색성장'은 이 모든 과정에서 환경손실 없이 가치를 만들어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다.
탄소중립 녹색성장은 '환경손실이 없는 가치'를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탄소배출 없는 가치라 할 수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성장의 근거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의한 소비인데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가? 이는 마치 나는 사람들에게 가진 돈을 다 나누어주는 착한 부자가 되겠다는 말과 같다.
일찍이 영국정부는 탄소배출과 경제성장은 동반되지 않아도 된다면서 탈동조화(decoupling)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1850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66여년간의 국가 탄소배출량과 국민 1인당 총생산액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국민 1인당 총생산액이 2만달러 선부터 역전 현상이 발생한 사실을 탈동조화의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내면에는 국가총생산에서 주요 산업부문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이 있었을 뿐이다. 탄소배출은 어디에선가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의 주요 산업국의 탈동조화 현상을 보고하는 논문이나 언론 기사에서는 중국 등 신흥공업국들의 동조화를 다루지는 않는다. 특별히 설계된 탄소감축 정책이 없이 탄소배출량이 감소되는 경우는 경제활동 인구수가 감소되었거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경우일 뿐이다. 실례로 서울시 기초지자체인 중랑구의 탄소배출량은 2015년 87만4000톤에서 2020년 79만1000톤으로 10% 감소되었는데 같은 기간 인구수는 41만4000명에서 39만5000명으로 5% 줄었다. 탄소중립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예수 믿으면 부자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맹목적 믿음보다 의심하는 자 육성 필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사회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맹목적 믿음을 가진 자가 아니라 의심하는 자를 키우는 것이다. "탄소감축은 '즐겁게, 시원하게, 섹시하게' 할 수 없으며 장기간의 저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이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도 겪게 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신성과 속물의 만남의 결과는 성착취였다. 성스러운 속물 엘리트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면 끔찍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