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청년 폐목장 활용해 7억 연매출

2023-04-05 10:53:58 게재

경북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지원 효과

60만㎡ 목장에서 농산물 생산·가공·체험

참외로 유명한 경북 성주군에 연간 7만여명이 찾는 새로운 나들이 명소가 생겼다. 김천시 농소면과 인접한 성주군 벽진면 달창길 28 '달창마을' 뒷산 기슭에 자리잡은 농업회사 법인 '우리동네'가 운영하는 성주 하늘목장 '팜0311'이다. 이곳은 주말이면 500여명에 달하는 나들이객으로 북적인다.
도시 청년들이 귀촌해 묵혀져 있던 옛 목장을 캠핑과 피크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농장으로 재탄생시켜 연간 7억원 매출을 올리는 관광 명소로 만들었다. 사진 팜0311 제공


하늘목장은 대구의 한 건설회사 회장이 1980년대 초반 조성해 운영하다 묵혔던 곳이다. 지난 2018년 11월 귀촌한 청년의 아이디어와 땀방울로 새로운 관광자원이 됐다.

청년들은 18년동안 방치됐던 목장에 '팜(FARM)0311'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 '팜0311'은 꽃피는 3월부터 단풍이 들어 낙엽이 떨어지는 11월까지 자연 속에서 캠핑과 소풍을 당일치기로 즐길 수 있는 '캠프닉'(캠핑과 피크닉) 농장이라는 의미다.

'캠프닉'이라는 합성어에서 연상되듯 '가까운 장소로 소풍가듯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여국현(40) 우리동네 대표는 "청년 5명과 힘을 모아 '나들이인 소풍은 아쉽고 번거로운 캠핑은 힘든' 젊은이들을 겨냥해 이 곳을 복합나들이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농장 면적은 자그마치 60만㎡에 이른다. 수십년된 벚꽃나무와 드넓은 초지, 낡은 우사 건물과 부속시설 등은 귀촌 청년들의 손과 아이디어로 고스란히 원형을 유지한 채 직원 숙소와 커피숍, 체험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목장을 조성했던 건설회사 회장의 별장과 목장 직원들의 숙소동 등도 그대로 남아 있다. 눈에 띄는 시설이라곤 청년들 아이디어로 디자인해 특별히 주문제작한 20동의 붙박이 텐트와 간단한 바비큐시설, 토끼와 닭 등을 기르는 소규모 체험농장 등이 전부다.

여국현 대표와 청년들은 2018년 경북도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사업에서 교육을 받고 자금을 지원받아 창업했다. 여 대표는 자체 홍보전문가와 디자이너 등을 두고 '온오프'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성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팜0311'은 본격 영업에 뛰어든 2020년 첫해에 매출 1억2000만원을 올렸다. 방문객도 1만5000여명을 넘겼다. 2021년에는 4만여명이 찾아와 매출액 3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도의 두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 방문객 8만명에 매출액 7억원을 달성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꺼번에 최대 55개 팀까지 받을 수 있는데 1년 평균 150일이 예약될 정도로 인기다.

팜0311은 텐트 숙박은 할 수 없지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머물다 가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100% 사전 예약제다. '캠프닉'을 즐기면서 발생한 쓰레기는 방문객이 모두 가져가게 한다.

그래도 고객들의 불만은 없다고 한다. 여국현 대표는 "귀농하면서 기존의 관행농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며 "농촌의 환경을 최대한 이용해 체험과 경관을 활용한 6차 융복합 산업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팜0311은 4월 쑥과 나물 뜯기 행사, 5월 밀밭 촌캉스, 9월 꽃밭 촌캉스, 10월 할로윈 축제, 11월 농촌 팜파티 등을 열고 매월 포레스트 걷기대회, 플리마켓 등 다양한 행사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또 지역 농산물로 꾸려진 먹거리 밀키트도 판매한다.

체험행사도 다양하다. 직접 재배한 토마토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활용해 쿠키, 토마토피자, 토마토 백숙을 직접 만들어보고, 동물 먹이주기 체험도 가능해 20~30대 젊은 층과 가족단위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여국현 대표는 "농업방식이 많이 바뀐 상황에서 저 같은 젊은 청년들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 귀농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농장 입구의 벚나무, 뒷산에는 자작나무, 초록색 밀밭과 하얀 메밀꽃 등 사람들이 경관을 감상하고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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