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생계비대출 신청자, 불법사금융 채권추심 고통 '차단'

2023-04-19 10:53:54 게재

대출과 연계한 '채무자대리인제도' 알리면서 신청 급증 … "전년 동기 대비 70% 늘어"

채무자 대리해 변호사가 채권추심 대응 … 예산 빠르게 소진, 당국 "서비스 중단 없을 것"

금융기관 연체·소득 유무에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이 지난 3월말 시작된 이후 불법추심을 막아달라는 채무자대리인 신청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자 상당수가 불법사금융 이용에 따른 불법추심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400여건이던 채무자대리인 신청이 올해 들어 700여건 가량 증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신청건수가 70~80% 늘었다"며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자들을 상대로 채무조정과 취업지원, 채무자대리인 등 복합상담을 진행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액생계비대출이 시작된 지난 3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채무자대리인 신청은 500건에 달했다. 지난해 신청건수(4473건)의 11% 가량 되는 수요가 5일 만에 몰린 것이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2020년 1월 28일 이후 미등록·등록 대부업자로부터 불법추심피해(우려)가 있는 채무자들을 대리해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불법추심을 막는 조치다. 채권자는 채무자를 방문하거나 전화, 문자 등 직접적으로 연락을 할 수 없고 변호사가 채무자를 대신해 추심행위에 대응하게 된다. 불법추심행위는 등록 대부업자보다는 대부분 초고금리를 받는 불법사채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 발생하고 있다.

채무자대리인 신청은 2020년 893건에서 2021년 4747건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4473건을 기록했다. 예산은 2021년 6억원에서 지난해 11억4400만원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8억8600만원으로 줄었다. 채무자대리인 신청 1건당 금융당국이 법률구조공단에 2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2021년 신청 급증으로 예산이 부족해 지난해 늘렸지만 예산 일부 불용이 발생하면서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예상치 못한 소액생계비대출 시행으로 채무자대리인 신청이 급증하면서 올해 예산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신청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3분기에는 예산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예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지만 채무자대리인 신청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며 "재정당국, 법률구조공단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밝힌 불법추심 행위는 △채권추심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추심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추심 △반복적으로 전화 또는 주거지를 방문 △야간(저녁 9시~아침 8시)의 전화 또는 방문 △가족·관계인 등 제 3자에게 채무사실을 고지 △가족·관계인 등 제 3자에게 채무변제를 요구 △협박·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추심 △금전을 차용해 변제자금을 마련토록 강요 △개인회생 및 파산진행자에게 추심 △법적절차 진행사실을 거짓으로 안내 등이다.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 사업은 불법추심 대응뿐만 아니라 최고금리 초과 대출과 불법추심 등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반환청구·손해배상·채무부존재확인 소송, 개인회생·파산 등을 지원하는 '소송대리' 제도도 있다.

채무자들은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 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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