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고통지수 1% 오르면 강도 9.4% 증가"

2023-04-21 11:09:31 게재

절도 범죄도 3.8% 늘어

실직자 보호정책 필요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50대 남성 A씨가 주차하던 차량의 뒷문을 열고 들어가 운전자에게 돈을 요구하며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5만원만이라도 달라"고 요구했으나 운전자는 이를 거부했고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어깨와 손바닥 등을 다쳤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등을 토대로 피의자의 행방을 추적, 다음날 동작구 사당동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직업이 없던 A씨는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8일에는 30대 남성 B씨가 밤늦은 시간 영업이 종료된 편의점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있었다. B씨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편의점에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 맥주와 담배 등 3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다. 그는 '다음에 변상하겠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다. 다음날 편의점 직원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B씨가 남긴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고 그가 알려준 장소에서 붙잡았다. 별다른 직업 없이 혼자 지내온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배가 고파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악화로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질수록 강도와 절도 등의 범죄가 증가한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나왔다.

21일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하는 '치안정책연구' 최근호에 실린 조성원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의 '경제고통지수와 범죄율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경제고통지수가 1% 상승할 경우 강도 범죄는 9.3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절도는 3.76%, 살인과 폭력 범죄도 각각 2.54%와 1.73%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것으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수 값이 클수록 서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제고통지수는 8.8로 1999년 6월 실업률 집계 기준을 변경한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 교수는 경찰청 범죄통계에서 산출한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등 주요 범죄발생률(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과 경제고통지수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공적분 검정을 수행했다. 공적분 검정은 두 변수간 장기적으로 균형관계가 있는지 파악하는 통계기법이다. 그 결과 경제고통지수는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범죄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공적분 관계식을 추정한 결과 경제고통지수는 강도, 절도, 살인, 폭력 범죄 순으로 범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 상승이 주요 범죄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킬 것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조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불황에 따른 소득 감소로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고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증폭돼 강력범죄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이 경제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범죄 유인을 감소시키기 위해 실직자를 보호하고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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