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다음은 '취약차주' … "3월부터 빚 못 갚는 채무자 급증"

2023-04-28 11:11:40 게재

민주당, 현장 방문 이어 '채무자 보호 3법' 마련

채무조정 때 통신비·건강보험료·세금까지 포함

홍성국 "금리상승으로 취약차주 위기 미리 대비"

경제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약한 고리'부터 무너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물밑에 있었던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약한 고리'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취약 차주'를 지목했다. 금리상승 여파로 신용불량자가 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이자와 세금으로 허덕이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 방문한 이재명 대표 |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태년 홍성국 의원이 26일 서초동 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에서 간담회 전 상담실을 둘러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28일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했는데 현장에서 업무하는 사람들의 얘기로는 취약차주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며 "3월부터 각종 데이터들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어 취약한 곳에서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홍 의원이 서울회생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1분기동안 전국에서 개인파산과 면책, 개인회생을 위한 접수규모가 각각 1만120건, 9776건, 3만182건이었다. 전년 동기대비 3.3%, 1.6%, 47.7% 증가했다.

월별로 보면 최근 상승세가 뚜렷하다. 서울만 보더라도 개인회생 접수가 1월 1993건, 2월 2039건, 3월 2241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개인파산 신청 역시 월평균 700건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에 878건으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도 1월 620건, 2월 742건, 3월 846건으로 변동폭이 컸지만 증가세를 보이면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면책 접수 역시 1월 603건, 2월 720건, 3월 824건으로 같은 추세를 보였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 취약 차주(다중채무자)의 대출 규모는 93조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조 1000억원 증가했다. 1년간 전체 취약차주는 6만명 증가한 126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대 이하 취약차주는 46만명으로 전체의 36.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취약차주는 4만명 증가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중채무자 연체액은 6조 4000억원으로 1년만에 1조 3000억원 늘었다. 증가율이 25%에 달했다.

진 의원은 "고금리 추세에서 취약차주의 대출과 연체가 늘면서 청년층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이자부담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코로나 19 대응에 따른 대출잔액 증가와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의 금융지원에 의한 일시적 연체율 안정세가 끝나가는 시점에 연체 리스크가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금리의 물가안정 순기능은 체감되지 않고 공공요금 인상, 외식비용 등의 생계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국민의 이자부담을 낮추는 민생금융 위기대응책 시행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6일 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통계적으로 올 3월에 개인회생 신청자가 9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예측하고 있던 바"라며 "전 세계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비율에 속하고 급속하게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채무자들의 상황이 매우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가계부채 채무자들의 상황이 매우 악화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 문제는 구조적으로도 해결해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심각한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고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 의원은 '채무자 보호 3법'을 내놓았다. '서민의 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지원협약 체결 대상에 이동통신사업자, 통신과금서비스제공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명시적으로 포함해 통신비, 소액결제, 체납 건강보험료 등 실제 채무자의 삶에 밀접한 비금융채무를 조정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민사집행법 일부개정안은 월 생계비, 급여채권, 예금, 보험금 등의 구체적인 압류금지 금액 범위를 매년 최저생계비, 최저임금, 표준생계비,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산정, 공표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 공적 채무조정 제도인 파산 및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전 '신용상담'을 의무화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발의했다.

홍 의원은 "금리상승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상황들을 미리 예상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면서 "전세사기 피해구제 방안으로 지방세를 후순위로 미루는 지방세법이 통과돼 채무조정대상에 세금도 포함하는 방안을 법안에 포함시켜 재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입출금 가능한 통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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