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진화 비결은 다양한 생태환경 선호"

2023-05-12 11:36:11 게재

IBS 기후물리연구단

인류 생태환경 분석

인류가 혹독한 기후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은 인류 조상인 호모종이 다양한 생태환경을 가진 지역으로 거주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양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도구 개발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어 극한의 변화에 대한 회복력과 적응력을 증가시켰고 결과적으로 인류 진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인류 조상인 호모종이 선호한 다양한 자연환경 서식지 그림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지난 300만년간 인류 조상이 어떤 자연환경을 선호했는지를 밝혀낸 결과를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인류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호모종은 지난 300만년 동안 여러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현생인류까지 진화해 왔다. 하지만 인류가 혹독한 기후변화와 이에 따라 변하는 자연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과거 300만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 자료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기후에 기반한 식생 모델을 구축했다.

또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유적지와 화석 등 3232개 고고학 자료를 대입해 호모종이 살던 지역의 생물 군계 유형을 찾아냈다. 생물 군계는 비슷한 기후나 식물, 동물군으로 특징지어진 지역이다.

연구팀이 여섯 호모종을 분석한 결과 우선 호모종들은 점차 복합적인 환경에 적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00만~3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한 초창기 호모종인 호모 에르가스테르와 호모 하빌리스는 주로 초원과 건조한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다. 그러나 180만년 전 출현해 유라시아로 이주한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군계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다른 환경에 적응해 살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높은 적응력은 20만년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우리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이동성, 유연성, 그리고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그 이전 어떤 호모종 보다도 유능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다른 호모종이 개척하지 못한 사막과 툰드라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었다.

나아가 호모종이 선호하는 환경 특성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생물 군계의 다양성이 증가한 지역에 거주지가 밀집한 것을 발견했다. 즉 호모종이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가까이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선택이 도구 개발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어 극한의 변화에 대한 호모종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증가시켰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인류학에 기후-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한 덕분에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했다"며 "호모종에 대한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고성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