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뗏목여행 '천천투어' 인기몰이
서초구 생태체험에 환경교육 더해
공예품 판매, 지역경제활성화 연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어린이집 아이들이 양재천을 즐겨 찾는 이유는 '천천투어' 때문이다. 김춘영 원장은 "초기부터 눈여겨 봐왔는데 인력도 내용도 계속 보강된다"며 "많은 학부모들에게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서초구에 따르면 1995년 5등급에서 2020년 1~2등급까지 회복한 양재천과 천변 산책로를 활용한 천천투어에 아이들이 몰리고 있다. 투어는 전기차와 뗏목을 타고 일대를 둘러보고 유용한 미생물(EM)을 함유한 흙공을 만들어 던지며 수질정화에 동참하는 환경교육이다. 양재천 자체에 이어 또다른 지역 대표 자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양재천은 경기도 과천시 관악산에서 발원해 서초구와 강남구를 거쳐 탄천으로 유입되는 지방하천이다. 1970년대 이후 하천에 어류가 한 마리도 살지 않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됐는데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생물 서식처가 살아났고 경관이 복원됐다.
되살아난 양재천 양쪽으로는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고 수변무대 장미터널 공공미술공간 등 다채로운 쉼터가 여럿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18년부터 아이들이 자연을 누리면서 하천보전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천천투어'를 시작했다. '하천에서 천천히 즐기는 여행'이라는 의미다.
1시간 30분 가량 걸리는 여행은 양재2동 매헌교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전기차를 타고 6㎞에 달하는 산책로를 이동하면서 생태 전문 해설사 지도로 환경 정화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한다. 양재천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해 알아보고 유용한 미생물 발효액과 황토를 뭉친 흙공을 만들어 물속에 던진다. 흙공은 악취를 줄이고 물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전통 복장 차림을 한 뱃사공이 끄는 뗏목을 타고 양재천을 건너는 건 성인들도 반기는 이색 체험이다. 하천에 쌓인 흙에 산소를 공급하고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도 방류한다. 산책로에 놓일 꽃 화분에 물을 주고 양재천으로 흘러드는 물을 정화시키고 탄천을 거쳐 한강까지 흘려보내는 시설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여행은 마무리된다.
출발지로 돌아오면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양재천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 하기, 학교 급식 남기지 않기,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등이다.
지난해 이용자 만족도가 97%에 달했고 구는 그에 힘입어 올해 주말까지 확대했다. 연휴나 주말은 접수 시작 후 두세시간이면 마감되고 평일에도 하루 두차례 전기차와 뗏목을 운행한다. 아이들 학교 수업과 학원까지 빼고 양재천을 찾았다는 정한글(42·강남구 대치동)씨는 "양재천을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너무 좋다"며 "한번 더 오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양재천이 훨씬 좋아졌다"며 "숙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천천투어 외에도 양재천에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서초구는 특히 양재천길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토요일마다 공예품과 소품 전시·판매를 한다. 소상공인 등 60여곳이 도자기 가죽공예 수제장신구 등을 선보인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양재천 일대 소중한 자산을 잘 꿰고 엮어 주민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지역 상권도 활성화돼 모두에게 사랑받는 매력적인 곳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