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주택 밀집지역도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
강북구 청소·순찰·주차·시설관리 지원
공공 일자리 사업 활용, 매니저 3명 채용
이순희 서울 강북구청장은 "동네가 한층 밝아졌고 걷고 싶은 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강북구청과 우이천 사이에 연립·다세대주택이 밀집한 번1동 이야기다. 민선 8기 들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빌라관리사무소' 시범사업 지역이다.
1일 강북구에 따르면 빌라관리사무소는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구에서 직접 낡은 빌라 주변 청소부터 안전순찰 주차 공동시설관리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순희 구청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내세웠던 주요 공약으로 민선 8기 시작과 동시에 시동을 걸었다
북한산을 품고 있는 강북구는 고도제한으로 인해 연립주택 분포도가 높다. 이 구청장은 "48%가 20년 이상 된 낡은 빌라"라며 "관리자를 선임하긴 하지만 공용시설 일부를 살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주변 청소가 미흡하다 보니 쓰레기가 쌓이기 일쑤고 주차로 인한 갈등이 빈번하다.
공공에서 의무적으로 관리하게 돼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처럼 관리할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빌라관리사무소다. 공동주택관리조례를 개정해 의무가 아닌 임의 관리대상인 공동주택도 별도 관리소를 설치하고 관리자를 두는 동시에 예산 범위 내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겪는 불편이 무엇인지 조사했는데 청소와 안전 이웃갈등 주차문제 등을 꼽았다. 관리주체가 필요하다는데는 92%가 찬성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답도 86%나 됐다. 구청에서 가까워 공무원들이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번1동 6개 통을 시범지역으로 정했다. 주택밀집도 가구수 건물노후도에 더해 재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했다. 공무원들이 가가호호 방문, 68개 단지 694세대 동의를 받아냈다.
아파트 경비원 역할을 할 매니저를 지난 2월 공채로 뽑고 직무·소양 교육을 마무리했다. 55세 이상 주민들이다. 매니저들은 3월부터 평일 오전과 오후, 주말로 나눠 근무한다. 하루 4회 빌라 주변과 이면도로 골목길을 순찰하면서 청소상태와 안전을 챙기는 일이 주 업무다. 재활용 분리수거함과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는 집중 관리 대상이다. 불법 주정차 상황에도 주민들이 나설 필요가 없다. 매니저가 관리하면서 필요한 경우 구 담당 부서와 연계해 처리한다. 매니저는 재해·재난 상황보고와 구호활동 지원까지 맡는다.
여느 공동주택처럼 공용시설 개선에 대한 지원이 가능해졌다. 시설물 수리·교체 지원, 공동주택 지원사업 신청 등이다. 주차장과 화단 정돈, 맨홀 공사 등 올해 처음 지원을 받는 빌라가 생겼다.
이달까지 70여일간 운영했는데 주민들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다. 30년 된 빌라 대표인 이진숙(67)씨는 "매일 골목 청소를 하니 거리를 다닐 때 짜증이 나지 않고 쓰레기 문제로 갈등하던 이웃과 관계가 좋아졌다"며 "구 지원으로 빌라 도색 공사도 하게 됐다"고 반색했다. 구청장과 소속 정당이 다른 구의원들도 "성공적인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북구는 번동에 이어 미아 수유 권역별로 사업범위를 확대해 전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체 동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공동주택 지원·주민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니 추가 예산은 2000만원도 안된다"며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