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에도 음주사고 사망자는 증가

2023-06-09 11:18:00 게재

지난해 214명으로 전년대비 3.9% 늘어 … 대낮·스쿨존 음주운전 사례 많아

#. A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초등학생 배승아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함께 있던 9∼10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했다.

A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나타났다. 돌진 당시 운전 속도도 시속 42㎞로, 법정 제한 속도(30㎞)를 초과했다.

그는 이날 낮 12시 30분쯤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뒤 사고 지점까지 5.3㎞가량을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휴일 행락지 및 스쿨존 음주 단속 | 지난 4월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광교산 입구에서 경찰이 행락지 및 스쿨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4월 13일부터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음주단속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음주 운전이 주말과 야간뿐 아니라 주중과 주간 시간대를 비롯해 학교 주변이나 주택가에서도 버젓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음주운전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9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년대비 6.2%(181명) 감소한 2735명으로 교통사고 통계관리(1970년) 이후 최저 사망자수를 기록했다.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70년 3069명에서 1991년 최고점(1만3429명)을 지나 2013년 이후부터는 10년째 매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일상이 회복되는 가운데 지난해 음주운전사고 사망자는 214명으로 전년대비 8명(3.9%) 증가했다.

◆지난 5년간 1348명 사망 =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전체 교통사고 105만6368건 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8만2289건(7.8%)에 달했다. 이들 사건으로 사망자 1348명과 부상자 13만4890명이 발생했다.

전체 교통사고는 2월부터 10월까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월별 변동 폭이 크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항상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를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20대에서 50대가 전체 사고의 86.8%를 냈다. 특히, 각 연령대 모두 20%대를 차지해 음주운전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전체 음주 교통사고 8만2289건을 요일별로 보면 금요일이 1만2173건으로 요일 평균(1만1756건)을 넘어서기 시작해 토요일에는 1만47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고는 일요일(1만2928건)까지 평균 이상 이어졌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 사이에 평균(6857건)보다 높게 발생했다.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1만6994건,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1만2076건 등으로, 자정을 전후로 가장 많았다.

야간보다는 발생 건수가 적지만, 대낮 음주운전과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숙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다가 발생하는 교통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개선돼야 = 시민들 사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음주운전 사고가 줄어들지 않은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사람의 65%가 집행유예를 받는 등 평균 형량이 1년 8개월에 불과하다. 문제는 음주운전 재범률이 44.6%에 이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배양을 숨지게 한 A씨의 경우 1996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하고도 적발되지 않은 경험이 있다는 사실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국회입법조사처 주최 '음주운전 근절 방안 간담회'에선 △상습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방지장치 도입 △상습음주운전자의 자동차 몰수 △차량 내 주류반입 금지 △자발적 알코올중독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제도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됐다.

◆지속적 경찰 단속 절실 = 이런 가운데 배승아양 사고까지 발생하자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이 지난 4월 13일부터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다. 특히 경찰은 사상 처음으로 주간 시간대 7차례 전국 단위 음주 운전 일제 단속과 매주 2회 이상 지역 단위 일제 단속을 시행했다. 이 결과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358건으로 전년 동기(2001건) 대비 32.1% 감소했다. 음주운전 사망은 69%, 부상은 36.1% 줄었다.

음주단속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지속적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 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로 우리 사회에서 음주 운전을 완전히 근절시킨다는 각오로 주·야간 불문하고 강력한 단속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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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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