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피해만 있나 … 산사태 대비해야

2023-06-14 10:38:16 게재

지난해 서울에서만 산사태 26건 발생

난개발로 경사면·제방 노출된 곳 많아

반지하 집중하다 다른 곳 놓칠라 '경계'

서울시가 장마철을 앞두고 반지하 침수피해 예방에 주력하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올 여름 최대 강우량이 예상되면서 '산사태'가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우면산 사방댐 상부에 토사 등이 쌓여 있는 모습. 서울시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사방댐을 설치해 토사유출, 산사태 등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14일 내일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만 크고 작은 산사태가 26건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폭우 피해가 반지하에 집중되면서 올해 비 피해 대책도 이에 집중되고 있지만 산사태가 실존하는 위험임을 보여준다. 산사태까진 아니어도 토사가 유출된 사고도 60건에 달했다. 인명 및 시민 재산피해는 없었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기상청은 올해 예년보다 더 많은 비가, 더 오랜 기간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산사태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토사유출도 산사태로 번질 수 있다. 많은 양의 비가 오랜 기간 내릴 경우 제방 또는 경사면을 지탱하던 지반이 허물어지면서 사고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가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은 333곳, 사방공사를 실시한 사방지는 700여곳, 산지사면은 7000여곳에 달한다. 그만큼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곳이 많다는 뜻도 된다. 고지대 주택·다세대 밀집지역 뿐 아니라 경사면 인근에 지어진 아파트도 위험에 노출되긴 마찬가지다.

대표적 사례가 2011년 7월 발생한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다. 당시 서울에 시간당 최고 30㎜, 하루 최대 300㎜가 넘는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평년 전체 장마 기간 동안 내리는 비의 절반가량이 하루만에 퍼부었다. 물폭탄은 표면 유수에 의한 침식, 흙의 포화로 인한 단위면적당 중량 증가 등을 불러왔고 사면붕괴를 촉발했다.

우면산 지역이 주로 사유림지역이라 사방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점도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넘치는 토사는 고급 주택가인 형촌마을을 덮쳤고 심지어 남부순환도로까지 토사로 덮였다. 인재와 기후 이변이 뒤섞여 발생한 2011년 비 피해는 사망자 62명, 실종자 9명, 이재민 3050명이었다. 우면산 산사태로만 1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최대 강우가 예상되는 올 여름, 위험을 감지한 자치구들은 산사태 복구 및 예방에 나서고 있다. 구로구는 지난 9일 개웅산 산사태 복구·예방공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발생했던 산사태 복구 사업이다. 사태 규모는 0.4㏊, 재산 피해는 6000만원 규모였다.

강서구는 지난달 31일 대대적인 현장 안전점검을 벌였다. 담당 공무원과 민간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해 방화동 개화산 산사태 취약지역과 수방시설 등을 점검했다.

서울시도 산사태 피해 복구와 예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해 우기 전 공사와 재발방지 조치 완료를 목표로 총 86곳 가운데 61곳의 공사를 마쳤고 25곳은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의 재해 예방업무는 큰 사고가 났거나 여론의 관심이 모이는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반지하 대책 못지않게 산사태 제방붕괴 강풍 등 풍수해 전반에 걸쳐 꼼꼼하게 대비해야 소중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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