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관리 → 경기대응, 경제정책 무게추 옮기나
15개월 연속 무역적자, 조만간 흑자전환 기대감 '솔솔'
추경호 "수출과 무역수지 긍정적 조짐, 내수 회복세"
국제유가, 공공요금 인상 등 하반기 물가추이가 변수
지난해 6%대까지 치솟던 물가가 올해 들어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부진을 겪던 수출과 내수 등에서 호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 정책기조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 당국인 한국은행은 국제유가를 포함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공공요금 인상 등의 요인이 여전한 만큼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반기 물가 흐름에 따라 정부 경제정책의 무게추 이동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수출실적 호전 조짐 =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경기 대응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도 지난 16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경기 반등을 위한 정책 과제를 담을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첫 배경은 6월까지 물가가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전년 동기대비 6.3%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5월 3.3%까지 떨어지는 등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공개한 '5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는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 영향으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했다가 4월부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냥 뒀다간 올해 성장률이 1%대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급등과 코로나19 펜데믹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줄었고 수출도 급감하면서 자칫 경기둔화를 넘어 경기침체까지 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실제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춰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6%에서 1.5%로, KDI는 1.8%에서 1.5%로 하향조정했다.
◆경기침체 장기화하면 더 큰 비용 =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판단도 정부가 정책기조 변화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최근 경제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경제지표가 늘어난 것도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론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올해 6월 1~20일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5.3% 증가하면서 월간 기준으로 9개월만에 증가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왔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국제 에너지 가격도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15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적자도 조만간 흑자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물가·고용 등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내수도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수출과 경상수지도 일부 긍정적인 조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얘기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터널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직은 변수 많아 = 하지만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변수다. 지난해보다는 상대적으로 둔화되기는 했지만 하반기 물가상승 압박 변수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실제 한국은행의 판단은 정부와 결이 다르다. 지난 19일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근원물가의 경우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다소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반기에 다시 상승 반전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배경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2%대로 물가가 충분히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으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며 인위적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정책 변화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