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례품을 관광상품으로' 지자체 확산
고향사랑e음 등록상품 452건으로 늘어
3만원권 상품 한계, 기부자 선택 미지수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23일 지자체들이 고향사랑기부플랫폼 고향e에 등록된 답례품 수는 8160개다. 서울 자치구 4곳(성북·동작·서초·강남)을 제외하면 모든 지자체들이 답례품을 등록했다. 대부분 농축수산물(2759개)이나 가공식품(3511개) 등이다. 특정 상품이 아닌 지역상품권도 318개가 등록돼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관광상품을 내걸고 기부를 호소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23일 현재 기부자들의 지역 방문을 목적으로 준비한 관광상품은 452건에 이른다. 강원 속초시와 경북 포항시는 서핑 강습권을, 충북 제천시는 청풍호 솔라보트 체험 등 대부분 지자체들이 관광상품을 마련했다. 경북 의성군의 펫월드(반려동물 펜션), 전남 영암군의 F1서킷체험권 등은 타 지자체와 차별화된 상품이다. 서울 성동구의 SM엔터데인먼트 사옥 투어, 서울시의 시립교양악단 정기공연 관람권도 이색적이다.
지자체들이 관광상품을 답례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관광객 유입이다. 기부자들이 단순히 기부에 그치지 않고 지역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려는 상품이다. 이는 답례품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들을 관계인구로 유입, 지역의 인구소멸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숨어있다. 실제 의성군은 반려인을 위한 펫월드 이용권 외에도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금봉휴양림, 캠핑족을 위한 빙계캠핑장 숙박권 등 다양한 관광·체험 상품을 답례품으로 등록했다. 전남 구례군은 지역 특산품 중 하나인 밤을 활용한 체험상품을 마련했다. 단순히 밤을 답례품으로 주기보다는 밤줍기·밤따기 체험상품을 마련해 특산품 구매와 지역관광을 동시에 활성화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런 지자체들의 생각과는 달리 관광상품 답례품 인기는 아직 높지 않다. 여전히 기부자들이 선호하는 답례품은 농축수산물이다. 이 중에서도 3만원 이내의 구이용 소고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지자체들의 답례품에서 소고기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또한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생필품이 답례품으로 인기를 끌 가능성도 높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순히 3만원 안팎의 특산물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기부자를 관광객으로 초청해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 다양한 소비활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관광상품을 준비했다"면서도 "3만원짜리 관광상품 답례품만으로는 그 이상의 돈을 쓰고 나들이를 가야하는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공하는 관광상품 금액이 커질 필요가 있다. 추가지출 없는 숙박권이나 이용권을 제공해야 실제 관광객 유입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세금 공제 규모를 확대해 10만원을 넘어서는 기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법모 부경대 교수는 "관광상품이 답례품으로 선택받으려면 기부에 따른 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의 목적이 단순한 모금이 아닌 지역소멸위기 극복이라면 제도 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