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매개감염병에 '기후우울증'까지 걱정
의료시스템도 기후탄력성 강화
세계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병 확산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정신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온 변화로 인해 모기 등을 매개로 하는 감염병(삼일열원충 말라리아, 일본 뇌염, 뎅기열 등) 뿐만 아니라 기상·기후재난과 대기오염 등에 따른 새로운 질환으로 정신 질환 증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기후우울증'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동 등 취약, 사회심리적 영향 모니터링 필요 = 약 10여년 전부터 심리학 등 학계에서는 기후불안(Climate anxiety)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기후변화가 그 영향을 직접 받는 사람들뿐 아니라 관련 뉴스나 연구 정보를 읽는 사람들에게도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2017년 미국심리학회는 기후우울증을 규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2월 '제6차 평가주기(AR6) 제2실무그룹(WGⅡ)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기후변화가 전세계 인구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신뢰도 매우 높음)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심해짐에 따라 불안 및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문제가 평가 대상 지역 전체에 걸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아동 청소년 노인 기저질환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Lanset)에 실린 논문 '어린이와 청소년의 기후 불안과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한 그들의 믿음: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 이상이 기후불안을 경험했다. 또한 45% 이상이 기후변화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는 호주 프랑스 미국 영국 인도 나이지리아 핀란드 등 10개국 16~25세 청소년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학술지 '기후위기와 건강 저널'에 실린 '캐나다 청년의 기후 관련 감정과 불안: 전국 설문조사와 행동 촉구' 논문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폭염과 극단적선택이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위스 취리히대 공동연구팀은 세계경제포럼(WEF)에 고온과 정신건강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세계 각국의 10개 이상 연구를 인용한 보고서로 고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극단적선택이 늘고 폭력범죄 증가와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물론 이러한 연구들은 아직 초기 단계라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직간접적으로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6월 '기후변화 대응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 필요성'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IPCC는 'AR6 WGⅡ 보고서'에서 기후탄력성 강화를 고려한, 새로운 의료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극한 기상 현상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영향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후탄력성이란 간단히 설명하면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로 A가 B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치자. 기후탄력적 접근은 종전처럼 B를 A 수준으로 복구하는 게 아니라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탄력성)를 강조해 더 나은 C로 발전을 모색한다.
◆사회경제적 피해도 커져 =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극한 기상이 다양한 전염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특히 관심이 되는 것은 지카바이러스 등과 같은 모기매개 감염병이다. 모기매개 감염병이란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삼일열원충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이 있다.
기온은 매개동물에 의한 전염병 발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기후요인으로 꼽힌다. 기온이 높아지면 매개동물의 생존능력이 향상되는데, 특히 모기와 같은 짧은 주기의 생애를 갖는 경우 영향이 큰 편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각종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성균관의대 정해관 교수 연구팀의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부담 및 사회경제적 영향평가 관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건강피해는 2050년 최대 9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