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확대강화법

서비스 개발에서 평가까지 '이용자 중심'

2023-06-27 11:06:53 게재

공공, 지역사회 민관협력 생태계 조성 필수 … 민간, 현장 경험 살려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고립·은둔 같은 복지취약계층 지원 필요 등으로 사회서비스를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사회서비스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 기초생활보장 같은 공공부조와 더불어 국민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보장한다. 전통적으로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게 보건복지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분야에서 상담 재활 돌봄 정보제공 시설이용 역량개발 사회참여지원 등을 제공한다.
지역·개인별로 서비스 욕구가 달라 제공 서비스의 내용과 방법도 다양하다. 형식적인 규정과 관리에 매이게 되면 서비스 불만족이 생기고 수준이 떨어진다. 2021년 사회서비스 수요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족도가 보통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
현장전문가들은 이용자 중심의 다양한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비스 관련 주체인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서비스기관 기업 대학 등 민관의 활발한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를 관장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사회서비스 활성화가 가능한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관련해서 현장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공유한다.

서울 마포구 동네 어르신들이 어울리는 자발적 문화공간인 '청춘쌀롱'의 2022년 하반기를 마무리하며 방학식 후 단체사진. 사진 청춘쌀롱 제공


#. 2016년 가을 서울 마포구에 경로당이나 집 외에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이 회비 등 부담없이 누구나 배우고 즐기며 또래 혹은 주민들과 어울리는 문화공간 '청춘쌀롱'이 생겼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낮에 영업을 하지 않는 동네호프집을 무상대여(전기료 공과금 정도 지출)하고 주민 자원봉사로 시작했다. 써포터즈와 강사진을 지역사회 안에서 발굴하고 다양한 후원을 봄 가을 주 1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0년에는 성산동 망원동 2곳 40여명 이용으로 확대됐다. 체조 복약지도 등 건강, 다양한 만들기를 통한 자기표현을 하는 인지개선활동, 풍물 판소리 노래배우기 공연관람 등 문화생활을 한다.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그곳에서 건강증진과 고립감 해소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역주민의 자발적 활동에 의한 사회서비스 개발 이용 모형으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6일 김은주 청춘쌀롱 이사는 "청춘쌀롱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을 잘 알고 함께하는 주민관계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재정구조의 불안정성으로 민간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도 적지 않다. 민간의 장점을 바탕으로 공공 학계 기업들이 잘 연결돼 지역사회서비스들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자 중심의 지역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주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정주 한국리빙랩네트워크 돌봄전환 피디(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이사)는 "각 서비스를 개인 맞춤으로 잘 조율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해 제공하려면 지역을 잘 아는 주체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관 자발적 협력과 참여 쉬운 환경 만들어야 = 정부는 '민간주도' 사회서비스 고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해서 민간 주도의 사회서비스 혁신의 1차적인 과제는 사회서비스 공공환경의 체질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2023년 사회서비스 정책의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기존 공급자의 혁신을 유도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건강한 공급자가 진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연구위원 등에 따르면 민간투자 활성화, 소규모 사업체의 성장 지원 등 공급자에 대한 직접 지원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서비스 공급기관이 이용자의 욕구에 맞게 고품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는 이용자의 욕구에 기반하고 국민 누구나 쉽게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게 행정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강 연구위원 등은 "중앙부처의 강한 의지와 부처 간, 중앙-지방정부 간 협치, 서비스가 실제 집행되고 제공되는 지역사회 내 민관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인 협력과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서비스원, 지역사회서비스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 이용자 중심의 지역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사회서비스원같은 기관의 역할이 강조된다. 지역단위로 중복되거나 부족한 서비스를 파악하고 기관 지원, 인력 육성, 연계 조율하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26일 중앙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올해 중앙사회서비스원은 다양한 서비스공급 주체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해 확산하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발굴하고 전파한다. 컨소시엄 10개소를 공모·선정해 지원한다. 공동 홍보·구매 등을 통해 사업 가능한 규모를 갖추고 기업 대학 등 지역 내 자원을 연계 협력사업으로 관련 사업비 등을 지원한다. 컨소시엄당 9000만원이다.

2019년 기준 사회서비스 공급기관 23만여개 가운데 1∼4인 사업체가 44.7%로 서비스 공급이 소규모 기관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서비스기관의 자생력, 서비스 질 확보에 어려움을 준다.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의 표준모델 공유를 위해 우수 제공기관을 거점기관으로 공모 선정한다. 공유화 기반 조성을 위해 거점기관당 1억원을 지원하고 전문컨설팅과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한다.

사회서비스품질인증기관인 '성장놀이터 티움'은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아동청소년심리지원서비스 우수기관이다. 우리아이심리지원, 우리가족융합프로그램, 통합가족심리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선아 '성장놀이터 티움' 심리상담센터장은 "지역사회서비스 제공자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낮은 단가로 서비스 제공인력 고용의 힘겨움, 복잡한 서류 처리, 대기자가 많아도 다음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 등 기관과 이용자의 어려움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인 청·장년가구의 건강 안전 등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는 다른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활동 중이다. 사진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 제공


◆서비스 제공 플랫폼·컴소시엄 활성화 = 사회서비스 활성화에는 공공과 민간 할 것 없이 플랫폼 기관의 활동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돌봄 지원서비스와 관련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및 대응체계 구축사업' '시설 퇴소인의 지역사회 거주 지원사업' '사각지대 돌봄가족을 위한 사회적 돌봄사업' 등을 진행한다.

사랑의열매에서 지원받은 '만덕종합사회복지관'은 중장년 1인가구의 잠재적 고립 탈피를 위한 지역사회 동행과 대안가족공동체 형성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정신재활시설 '생명의터'는 시설퇴소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안정적인 자립생활 정책을 위한 서비스 지원체계 구축을, '시립신목종합사회복지관'은 주민돌봄공동체 조직 활성화를 통한 가족돌봄청년 돌봄부담 완화와 심리정서지원사업 '청년공감 플렛폼'을 진행한다.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는 1인 청·장년가구의 일상 건강 안전 등 맞춤형 생활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는 관련사업 컨소시엄 대표기관이다.

홍진주 센터장은 "지역 민간 주체들의 협력으로 보다 촘촘하고 풍성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는 모델을 만들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며 "1인가구 서비스 공급뿐만 아니라 이 사업을 마중물로 좋은 돌봄·일자리가 지역공동체에 확산되길 바라며 컨소시엄대표기관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부케어는 가정방문형 통합돌봄 공유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비스 관련 기관의 소규모 영세성 문제를 극복하는 △서비스 표준화 △개인맞춤형통합서비스 △개인맞춤형통합서비스 제공 △종이 없는 행정시스템 △종사자 역량강화 교육의 전문화 체계화 △고객정보제공 플랫폼 구축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부케어는 플랫폼사업을 통해 공유기관이 서비스 모델기관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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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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