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귀의 ESG경영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와 전략적 측면의 대응 제언
지난 6월 말 많은 기대를 모았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IFRS S1(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의 일반요구사항)과 S2(기후 관련 공시)가 확정 발표됐다.
기존 공시기준들의 요구사항과 체계를 표준화하고, IFRS 전문가들의 논리적인 기준서 개발 노하우, 글로벌 의견수렴 등의 체계적인 절차 덕분에 상당히 진일보한 기준이 공개됐다. 지난 2월 최종안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기보다 일부 개념과 표현의 미세조정이 있었고, 기업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Scope3) 배출량 공시와 사업보고서의 동시 공시 원칙도 유지됐다.
올해는 글로벌 공시기준들의 최종 확정을 앞두고 속도와 요구사항 키 맞추기가 한창이다. ISSB 확정안에서는 과도기적 유예조항(Transition Relief) 도입을 통해 공시 부담을 완화했고,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도 최근 업데이터된 최종안을 공개하며 기업들의 공시부담을 완화하는 다수의 개정이 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올 10월 경으로 예상되는 확정 발표를 앞두고 그동안 받았던 다수의 의견(Comments Letter)들이 고려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3대 공시기준 모두가 2024년부터 최초 적용을 요구하거나 할 것으로 예상돼 공시의 기준시점도 대략적으로 맞춰졌다. 이는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등에서 요구하는 공시 기준간 상호운용성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상호운용성은 공시 기준간 항목이 달라도, 동일한 내용의 공시를 요구해 기업들의 다중보고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며, 정보공시 체계 구축시 반드시 이러한 국제적 동향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기준들 키 맞추기 중
ISSB 확정안에 포함된 과도기적 유예조항의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기후를 제외한 S1 공시와 Scope3 온실가스배출량 공시는 최초 적용시 1년간 공시 유예했다. 또한, 온실가스배출량 관련해 최초 적용시에는 전년도 비교공시를 면제했다. Scope3 배출량 측정 등 공시가 어려운 항목에 대해 비례성 개념(과도한 원가나 노력없이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뒷받침될 수 있는 정보를 사용)을 적용했다.
최근 ISSB 기준서 확정에 따라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이행전략 세미나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특히 공시체계 구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이를 통해 많은 기업들의 인식도 크게 개선되었다. 필자는 공시체계 구축 외에 우리 기업들이 놓칠 수 있는 공시전략 측면에서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 공시정보와 일관성의 조화(Harmonization)다. 현재도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자발적으로 공시하고 있으며, Scope1~3 배출량 등도 공시하고 있다. 물론 공시범위 측정기준 신뢰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의무 공시시점까지도 이러한 정보는 계속 공시될 것이다. 의무 공시시점에는 기존 공시 정보와의 차이에 대해 투자자와 평가기관 등 시장에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시 의무화 이전까지 기존 공시내용의 적정성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최초 의무 공시시점에 전년도 비교공시를 통해 일관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기후 관련 이슈 중 현재 회계에 반영이 필요하거나 향후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를 식별하고 분석해야 한다. 최근 넷제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비용에 대한 충당부채 논쟁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기본적으로 지난 수십년간 회계에서 충당부채의 설정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기후리스크 관련 전환비용과 관련 지출지표가 공시되는 경우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합리적인 전환비용 추정과 실질적인 재무영향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분석단계부터 재무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전략적 측면의 다양한 이슈 분석도 병행을
셋째, 공시 정보에 대한 정책적 활용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다. Scope3를 포함한 온실가스배출량 공시가 의무화되고 신뢰성이 확보되면 EU는 현재의 탄소국경세를 확대하고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로 활용할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기관들은 정보 공시의 부담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정보가 공시된 이후에 시장과 규제기관들이 어떻게 정보를 이용하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에 대한 전략적인 분석이 좀 더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