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목 임도개설 송전탑 등이 산사태 원인"

2023-07-24 11:07:13 게재

예천군 현장취재 … 사망·실종 27명

21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진평리 수한리, 효자면 백석리, 은풍면 금곡리 은산리 산사태 현장 6곳을 현장취재한 결과, △모두베기벌목 △임도개설 △송전탑 △양수발전소 도로개설 등 인위적인 교란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예천군 감천면 수한리 산사태 현장. 벌목지 내부 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뒤편 과수원을 덮쳤다. 그나마 계단식 과수원이 산사태가 커지는 걸 막았다.


황정석(산불정책연구소장) 박사가 현장을 안내하고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박사가 동행해 산사태 원인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일대는 모두 백두대간과 가까운 산지로 경사가 심한 지형이었다.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마을들은 대부분 최근에 조성한 마을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 당산나무가 있고 서낭당을 모시는 전통마을이었다.

보통 오래된 마을들은 큰비가 와도 큰 피해가 없는 곳에 자리를 잡는데, 마을 뒷산에서 벌어진 벌목과 임도개설 등 인위적 교란요인으로 인해 산사태 피해가 크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인명피해도 컸다. △효자면 백석리(사망 5) △감천면 진평리(사망 2) 벌방리(실종 2) △용문면 사부리(사망 2) △은풍면 금곡리(사망 1, 실종 1) 은산리(사망 1, 실종 2) 등이다. 여기에 수색중이던 해병대원 1명이 사망해 모두 1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인근 영주시(사망 4), 봉화군(사망 4), 문경시(사망 2)를 더하면 경북 북부 백두대간 자락에서 모두 2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7월 14일부터 15일 이틀 동안 이 지역의 평균강우량은 △용문면 303mm △효자면 306mm △은풍면 336mm △감천면 272mm이었다. 산악지역의 강우량은 평균강우량보다 훨씬 많았다.

이때 장마전선은 전남에서 경북북부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위치했고 뜨거운 열대바다에서 공급된 다량의 수증기가 공급됐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둘러싸인 지형이라 갇힌 구름대에서 많은 양의 비가 응결돼 쏟아졌다.

이수곤 박사는 "정밀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자연적인 요인보다는 인위적인 교란요인이 산사태를 발생시키고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마을 뒷산에서 벌목이나 임도개설 등을 할 때는 반드시 주민동의 절차를 거치고 주민들이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 대변인은 24일 "8월 초까지 현장 정밀조사를 진행중"이라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산지와 과수원, 농지를 포괄하는 산사태 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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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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