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강제입원, 남용 막을 장치 필요"

2023-08-07 11:40:00 게재

외국에선 입원조건 엄격하고 환자 방어권 보장 … "지역사회 진료와 돌봄 환경 강화가 기본"

최근 일련의 묻지마 폭력 등에 대해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등 제도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관련해서 정신질환자의 일상적인 지역사회 진료와 돌봄 환경을 강화하는 조치가 기본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강제입원은 필요하지만 남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살인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최소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4일 밝혔다.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외래치료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신질환자 치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 TF를 구성해 제도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6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환자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누구나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끔찍한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당연하지만 중증정신질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질병이 있어도 조기에 치료받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의료-복지 시스템의 부족이 문제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학회는 초기 현장 대응 인력에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최소한 전문적 정신건강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면을 위해 경찰에 의한 병원이송 또는 찾아가는 평가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 법원이나 행정기관이 나서서 직접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입원 결정에 책임을 짐으로써 환자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며 의료진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타해 우려가 있을 경우 전문가 평가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외래치료지원제를 통해 조기치료를 권장하고 입원을 최소화해 인권과 안전 그리고 치료를 함께 고려한다.

강제 입원의 남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7일 김강원 법무법인디라이트 공익인권센터 부센터장은 "해외 많은 국가에서 사법입원제가 시행 중인데 입원을 쉽게 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보다 엄격하고 철저한 조건 속에서 입원을 결정하며 환자의 방어권이 보장돼 있다"며 쉬운 입원으로 남용될 여지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입원을 결정할 전문판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신질환과 환자의 특이성을 이해할 수 있는 판사들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병 당사자인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은 "국내 판사 수가 너무 적고 2∼3년마다 자리를 옮겨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입원이 아닌 지역사회 자원을 이용하면서 외래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전문판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부실한 정신건강 진료·돌봄시스템을 보면 사법인원제가 정신질환자에게도 실제 도움이 될까 우려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많다.

이영수 청수정신건강센터팀장은 "강제입원과 약물치료 이외 대안이 필요하고 당사자들이 응급이 아닌 위기상황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회는 "조현병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받고 재활하며 유지할 때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병"이라며 "우리 사회의 중증 정신질환 체계를 손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완전히 지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