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잼버리·태풍에 경찰은 날마다 '비상 중'
'살인 예고' 대응에 기동대·특공대·형사 1만여명 동원
태풍 북상에 24시간 대기 … 최일선서 '책임·비난' 감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국가 시스템이 국민과 만나는 최일선에 서있어 언제나 책임과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찰이지만 시민 안전을 위해 연일 24시간 비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1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흉기난동 사건 이후 경찰은 하루 평균 200회 넘는 불심검문을 진행하고 있다. 검문·검색에 동원된 경찰만 1만명 이상이다.
이는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데 따른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특별치안활동이란 통상적인 일상치안활동으로는 치안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경찰청장 재량으로 경찰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번이 특별치안활동이 발령된 첫 사례다.
◆테러 협박에 출동·철수 반복 = 경찰은 이에 따라 순찰활동에 경력을 우선 배치했다.
인파가 밀집하는 광장이나 지하철역, 백화점 등을 중점으로 전국에 247개 장소를 선정, 경찰관 1만2000여명을 배치했다. 전국 15개 시·도경찰청에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127명도 배치했다.
특히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 세종 정부종합청사, 성남 오리역, 전북 부안 잼버리 행사장, 김해 신세계 백화점, 제주공항 등 인터넷에 게시된 '살인 예고글'에서 범행장소로 지목되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7곳에는 전술 장갑차도 배치했다. 5일부터는 수원역과 대전역, 대구 중앙로역에도 전술 장갑차가 추가 투입했다.
실제로 최근 공항에서 폭탄·흉기난동 등을 벌이겠다는 무차별 테러 예고가 연이어 나오면서 경찰이 출동해 수색과 순찰에 나섰다. 수색 결과 테러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기동대, 특공대, 형사 등 경찰관이 대거 동원되기를 반복했다.
경비 인력뿐 아니라 소위 '살인 예고' 글을 추적하는 사이버수사 담당부서도 밤낮없이 없다.
경찰에 따르면 게시물 중 상당수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면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를 이용했다. VPN이 상대적으로 익명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검거되고 있다. 추적에 시간이 걸리는 덕분에 경찰관들의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지난 8일까지 살인 예고 게시물 194건을 확인해 작성자 67명을 검거했다.
◆일선 업무 과부화 우려도 = 전국 경찰이 사실상 비상 근무에 돌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새만금 잼버리' 발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폭염과 준비부족으로 새만금을 떠나 수도권 등으로 향하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안전 조치는 경찰의 몫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 이동 관리에만 경찰관 1850명을 비롯해 순찰차 251대와 싸이카 22대, 헬기 4대 등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배치했다. 10시간 동안 1014대의 버스를 동원해 4만여명을 8개 시도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단 한건의 교통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잼버리 대원들의 이동 이후에도 경찰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수도권 중심으로 대원들이 머무는 기숙사 등 숙소 관리 순찰 등에 대규모 인력을 지원했다. 시도청 소속 기동대가 투입됐지만 모자라는 경우 일선 경찰서 형사들까지 동원되고 있다.
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연일 비상근무 중인 경찰에 또 비상이 내렸다.
경찰은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는 시도청에 경찰부대를 전진 배치하고 순찰 중 지하차도 등 침수 취약도로를 발견하면 교통을 선제적으로 통제한 후 자치단체 등 관련기관에 통보하고 있다. 상습 침수 도로와 저지대, 둔치 주차장, 반지하주택, 산사태 위험지역 등 인명 피해 우려 지역은 예방 순찰도 강화했다.
아울러 대피 명령이 발령된 경우 위험지역 주민과 야영객의 대피를 적극 지원하고 대피 명령이 발령되지 않았어도 대피 경고와 직접 대피 조치 등에도 나섰다.
경찰의 임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태풍으로 인해 실종자가 발생하면 가용 경찰력과 경찰 헬기, 드론 등을 투입한다.
다만 비상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일선 경찰 사이에선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에선 무차별 범죄 등 치안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잼버리 뒷수습까지 도맡았다는 불만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