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성범죄까지 … 경찰, 신뢰 추락
2023-08-16 11:13:22 게재
경찰서장 대기발령 등 내부단속
특별치안활동에도 일탈 잇달아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최근 서울 중부경찰서 소속 A경정에게 파면·해임·강등 다음으로 무거운 중징계인 정직 1개월을 통보했다.
A경정은 지난 5월 초 민간인에게 성희롱을 비롯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감찰 조사와 함께 같은 달 19일 대기발령 조치됐다.
올해 들어 갓 입직한 순경부터 경정급 간부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갖은 유형의 경찰관 성 비위가 적발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경기 시흥경찰서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간부가 노래방에서 여성 부하 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가 적발됐다. 같은 달 시흥서의 또 다른 파출소 간부도 순찰 중 여성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감찰조사를 받았다.
4월에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20∼30대 여성 10여명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장이 구속됐다.
또 5월에는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순경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알게 된 미성년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했다가 구속됐다.
이 외에도 기강해이 사건이 계속되자 경찰청은 소속 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는 등 내부단속에 나섰다.
지난 14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소속 간부의 음주운전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백남익 서울 수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종암경찰서는 현재 수서서 소속 B경감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수사 중이며 서울경찰청도 감찰에 착수했다. B경감은 지난 10일 저녁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아파트 차단기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뒤이어 차량을 빼다가 다른 차량과도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경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날은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서울 경찰에 '을호 비상(가용 경찰력 절반 동원)'이 발령됐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21일 범인 도주, 절도, 음주운전 등 경찰관 기강 해이 사고가 잇따르자 반기수 광주 광산경찰서장(경무관)을 대기발령했다.
광주 광산서는 지난 4월 술에 취한 지구대 직원이 다른 사람 차를 타고 갔다가 절도 혐의로 입건돼 파면됐다. 6월에는 지구대에 불법도박 혐의로 붙잡혀 온 외국인 10명이 창문으로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만취 상태의 경찰관(경위)이 차량을 몰다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혐의로 입건된 인천 중부경찰서 윤주철 서장이 대기발령·직위해제됐다.
윤 청장은 지난달 23일 전체 경찰을 상대로 "엄중한 시기에 음주운전 등 개인적인 비위로 경찰 전체의 노고를 퇴색시키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경찰 비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서울경찰청 소속으로 정부 부처에 파견 중인 C경정은 회식 뒤 동료를 서울 종로구의 한 모텔로 데려가 동의 없이 성관계한 혐의(준강간)로 입건됐다.
11일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D경장이 불법 안마시술소에서 경찰 단속반에 적발됐다. 같은 날 서울경찰청 교통과 소속 E경위는 서울의 한 홀덤바에서 단속반에 적발됐다.
잇단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글로 경찰 전 조직이 특별치안활동까지 선포하면서 비상근무에 돌입한 가운데 현직 경찰의 비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치안 기강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더 자중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시기에 경찰이 기강 해이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비위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엄중하게 지휘·관리해야 할 경찰서장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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