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의 탄소중립

전기차가 탄소중립 사회 주력 이동수단이 될 수 있을까

2023-08-21 11:39:37 게재
김재민 이젠파트너스 대표이사, 공학박사

테슬라를 필두로 전세계 전기자동차의 보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는 1050만대다. 2022년 총 차량 판매량은 7380만대였는데, 7대 중 1대는 전기차(이 중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제외하고 순수 전기차는 80% 정도)인 셈이다. 2017년 판매된 자동차 70대 중 1대만 전기차였던 것에 비하면 성장속도가 엄청 빠르다.

이 빠른 성장속도는 시장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전세계적 환경규제 정책의 영향이 크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위한 각국의 이산화탄소 감축정책 로드맵과 보조금 지급은 전기자동차 보급에서 결정적인 추동력이 되었다. 한국의 경우도 전기차를 탄소중립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보급목표를 세워 보조금 예산을 책정하고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기차 27만대를 보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기차가 탄소중립 이동수단이 되는 전제 조건은 동력원이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에서 생산된 전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전기차의 보급률이 높은 국가들은 모두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가 갖추어진 국가들이다. 예를 들면 전기차 보급률 1위 노르웨이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98%나 된다. 영국 독일의 경우도 풍력발전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증가하면서 전기차 보급률도 늘어나는 나라들이다.

전기차가 주력 이동수단 될지 장담못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적은 나라에서 전기차를 사용한다면 그 전기차가 친환경적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한국의 경우 전기소비 시 탄소배출량은 0.47kgCO2/kWh, 천연가스는 0.20kgCO2/kWh이다. 천연가스자동차의 탄소배출량이 전기차보다 더 적은 셈이다. 전기의 탄소배출량이 천연가스보다 더 적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발전량에서 탄소배출량 감축이 50% 이상 높아져야 한다.

전기차가 완전한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서는 전원 부문의 탄소감축률이 100% 가까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계획상 2050년 즈음이다. 전원 구성이 그렇게 될 것이니 소비하는 기기를 미리 보급하자는 것이 정책의 명분일 뿐이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은 국가에서도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동차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잃지 않으려는 경쟁구도가 만든 측면도 있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생산과 판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는 얘기다. 즉 전기차가 전통의 자동차시장에서 보급률을 높인 데에는 자유시장 메커니즘이 아니라 이데올로기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시장개입으로 초기 전기차시장을 만들고 그 정부 주도 자동차 보조금 시장의 선도자가 되고자 했던 기업들의 경쟁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전기차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전기차가 탄소중립 사회를 이끌 주력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답할 수가 없을 듯하다. 역사의 교훈을 볼 때 정부의 계획에 의해 진행된 경제활동 중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경제적 평등을 목표로 했던 사회주의 계획 경제의 도덕적 명분과 지구를 살리고자 전기차를 사용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은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하게 해 가격구조를 만들고 공급자의 경쟁을 이끌어내는 것이 검증된 방안이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전기차 보급에 선도적 위치에 있던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최근 전기차 전환에 속도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이란 미래지향적 가치를 앞세워 내연기관차 시대를 종식시키려던 기세에서 보조금이나 세금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 불안정성과 중국 한국 등이 빠르게 이 새로운 자동차시장에 뛰어들어 유럽의 자동차산업에 위협을 주고 있는 현실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만이라는 외통수 정책 재고해야

한국의 전기차산업은 수출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의 원 목적인 이동수단의 탄소감축 기여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100% 탄소제로 이동수단을 갖추는 길에는 전기차밖에 없다는 외통수 정책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LPG 자동차, 수소 혼소 내연기관 자동차, 바이오 디이젤, 수소자동차 등은 시장환경 변화에 맞추어 선택될 수 있는 대안 기술들이라 할 수 있다.

김재민 이젠파트너스 대표이사, 공학박사